13일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김종민) 기획 전시 '전쟁을 겪은 어린이들의 이야기'에서 작품 ‘발레 1994’가 전시돼 있다. 해당 작품은 실제 사라예보 전쟁 당시 한 어린이가 사용했던 발레 토슈즈다. 고은리 기자
13일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김종민) 기획 전시 '전쟁을 겪은 어린이들의 이야기'에서 작품 ‘발레 1994’가 전시돼 있다. 해당 작품은 실제 사라예보 전쟁 당시 한 어린이가 사용했던 발레 토슈즈다. 고은리 기자

 

   제주4.3평화재단 5월 6일까지
   기획전 '전쟁을 겪은…' 개최


   언제 총탄이 날아올지 모르는 공포 속, 지하실에 교실을 만들고, 구호품으로 받은 공책에 꿈과 삶을 펼치던 아이들의 모습은 다행히도 희망적이다.

   휘몰아치는 광풍에도 삶을 다시 꾸리고 공동체를 회복해 나갔던, 제주4.3유족들의 어린 시절 모습과도 맞닿아 있다.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김종민)은 오는 5월 6일까지 기획 전시 '전쟁을 겪은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기획전은 서울역사박물관과 보스니아 ’War Childhood Museum(전쟁을 겪은 어린이들의 박물관)‘과 공동으로 개최하는 것이다.

    전시는 지난 1992년 4월부터 1996년 2월까지 1425일간 포위전을 겪은 보스니아 사라예보 어린이들의 일상을 그대로 옮겨왔다.

   이를 통해 평화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는 취지다.

   전시 공간에서는 당시 어린이들이 실제로 사용했던 물건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각각의 이야기마다, 세상과 단절된 채 겪어야 했던 전쟁의 참상 속에서도 고통을 헤쳐나가는 어린이들의 생명력이 움텄다.

    공간 한 켠에는 흰색의 발레 토슈즈가 관람객들을 맞이 했다.

   사라예보 전쟁이 시작되기 전까지 당시 도시에서 생산됐던 것으로, 실제로 한 어린이 ‘멜라’가 신고 연습했던 토슈즈다. 

   토슈즈를 지나면 ‘버려진 기타’라는 이름의 통기타가 전시돼 있다.

    통기타의 주인 '시드'는 '정찰 및 사보타주 부대' 소년병으로 동원됐으며, 전쟁 초기 군 기지였던 아파트 지하실에서 처음 통기타를 발견했다.

   시드는 다른 물건들이 모두 치워진 방 안에는 기타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고 전한다. 시드는 기타를 가지고 와 연주하는 법을 배웠다. 

   또한, 기타를 배우기 위해 가사와 코드를 적은 공책에는 고등학교 졸업 파티 당시 펜으로 휘갈겨 쓴 친구들의 싸인도 함께 남겨져 있다.

   이외에도 △기네스 세계신기록에 오른 전쟁 지원품의 포장지 △친구와 나눴던 우정 목걸이 △포탄으로부터 지켜준 만화책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맛본 어렌지 껍질을 붙여 논 일기장 △포위 도시에서 물을 떠 나르던 물통 등 다양한 물건과 자료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한편, 전쟁을 겪은 어린이들의 박물관(War Childhood Museum)은 무력 충돌에 영향을 받은 유년기 경험을 전문으로 다루는 세계 유일의 박물관이다.

    박물관은 2017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수도 사라예보에서 문을 열었으며, 설립자 야스민코 할릴로비치 관장은 20건의 무력분쟁지역에서 수집한 6000개 이상의 유물을 수집했다.

   전시는 월~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 가능하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정기 휴무다. 문의=제주4.3평화재단(064-723-4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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