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10일 2명 확진자 발생
지난달 조사 의뢰했지만 거부
관련 지침상 2명 이상부터 가능
"잠복기 지나 초기 치료 불가"

제주시의 한 고급 산후조리원에서 발생한 신생아 집단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감염 사태와 관련해, 바이러스 확산을 초기에 대응할 수 있는 역학조사의 절차상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전예린 기자 
제주시의 한 고급 산후조리원에서 발생한 신생아 집단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감염 사태와 관련해, 바이러스 확산을 초기에 대응할 수 있는 역학조사의 절차상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전예린 기자 

속보=제주시의 한 고급 산후조리원에서 발생한 신생아 집단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감염 사태(본보=지난 12일 자 4면)와 관련해, 바이러스 확산을 초기에 대응할 수 있는 역학조사의 절차상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관련 지침상 RSV 바이러스 감염은 2건 이상 신고가 접수돼야만 보건당국이 역학조사를 할 수 있도록 명시해 두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25일 제주시의 한 고급 산후조리원에서 머물던 A씨의 신생아가 RSV 의심 증상을 보였다.

A씨는 보건소에 "아이가 감기 증상을 보이는 데 RSV에 감염된 것 같다. 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보건소는 "개인적으로 RSV 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까지 나와야 한다"고 답했다.

A씨는 지난달 28일 제주의 한 대학병원을 찾아 RSV 감염 검사를 진행했고, 검사 5일 만인 지난 4일 확진 결과 통보를 받았다.

A씨는 RSV 바이러스가 전파될 위험도가 높아 보건소에 재차 역학조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A씨는 보건소로부터 관련 지침상 단독 감염일 경우 역학조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 신생아가 확진된 지 일주일 만에 같은 산후조리원에 있던 또 다른 신생아가 RSV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2명의 확진자가 발생하자 집단감염 사례로 분류한 보건소는 그제서야 역학조사에 착수했다.

현재 질병관리청의 호흡기 감염병 관리지침에 따르면 RSV 바이러스는 4급 감염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통상 1~3급 감염병의 경우 치명률이 높다고 판단해 즉시 역학조사에 나설 수 있도록 별도의 지침을 마련해 두고 있지만 4급 감염병은 그보다 위험성이 낮다고 보고 2건 이상 확진 사례가 발생해야만 역학조사에 나설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RSV 바이러스의 잠복기간은 2~8일로 상대적으로 짧아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 시기를 놓친 경우 폐렴·천식 등 합병증에 처할 위험이 높고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어 초기 치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 4일과 10일 각각 1명씩 총 2명의 아이가 확진된 이후 또 다른 신생아들도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면서 산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산모 B씨는 "이달 초 조리원에 있을 때부터 우리 아이를 비롯해 신생아들이 감기 증상을 보였다"며 "RSV가 전국적으로 유행한다는 이야기를 들어 산모들이 아이의 증상을 조리원에 말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주 전 보건소 측이 즉각 역학조사에 나서거나 검사를 권유했다면 조기에 RSV를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분개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와 보건소 관계자는 "지난 10일 최종적으로 RSV 양성 확진 2건이 접수돼 조사에 착수했다"며 "관련 지침상 1건 발생 시 보건소가 역학조사 등의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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