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원광어르신이야기학교(학교장 양지혜)는 13일 제주원광재가노인복지센터에서 '이토록 그립고 눈물겨운 이야기-작가와의 대화'를 열었다. 고은리 기자
제주원광어르신이야기학교(학교장 양지혜)는 13일 제주원광재가노인복지센터에서 '이토록 그립고 눈물겨운 이야기-작가와의 대화'를 열었다. 고은리 기자

 

   원광어르신이야기학교
   각자 삶 담은 도서 출간
   어르신 작가와의 대화


   오랜 세월 제주에서 희노애락을 겪었던 어르신들의 글과 말은 살아있는 제주의 역사다.

   그들의 글과 말은 단순한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세월 속에서 꾹꾹 눌러담은 희생과 고통,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생명력과 희망의 이야기다.

   마치 제주 땅에 얽힌 굴곡처럼, 그들의 말과 글은 때로는 어두운 그림자처럼 다가오고, 때로는 한 줄기 빛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제주원광어르신이야기학교(학교장 양지혜)는 13일 제주원광재가노인복지센터에서 '이토록 그립고 눈물겨운 이야기-작가와의 대화'를 열었다.

   지난 한 해 제주 어르신 45명의 삶을 담은 기록 공책(보·청·기:보고 듣고 기록하다)을 모아, 펴낸 도서「이토록 그립고 눈물겨운 이야기」를 기념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번 사업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다.

   이날, 홍융삼씨(87)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듣는 이 모두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홍씨는 제주4·3 참상을 바로 눈 앞에서 겪었다.

   10살이 되던 해, 아버지는 경찰에 의해 돌아가시고, 그로부터 7일만에 집이 불에 타버리기까지 했다. 

   집이 불타 버린 자리엔 약 8평 가량 되는 집을 지어 어머니, 형제들과 힘든 삶을 살았다.

   하지만, 현재는 누구보다도 즐거운 삶을 살고 있다며 웃음을 지었다.

   홍씨는 일주일 마다 자식들과 손주, 증손자까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순간 등을 담아 공책에 기록하게 됐다고 전했다.

   김경순씨(81)는 어린 시절부터 제주바다에서 물질생활을 해왔다.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육지로 출가물질을 다니며 고된 일상을 살았다. 김씨는 24세가 되던 해에는 결혼해, 4남매를 낳고 가정을 꾸리게 됐다.

   현재가 되서야 비로소 주위를 둘러볼 수 있게 됐다며, 긴 세월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을 드러냈다.

   김씨의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굳이 찾지 않아도 모두가 공감했으며, 현장은 잠시 숙연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양지혜 센터장은 "목숨을 내놓고 치열하게 살아온 제주 해녀를 보면 존경심이 든다"고 전했다.

   양 센터장은 "어르신들이 겪었던 경험 속에는 고난을 비롯한 그리운 옛 추억이 함께 영글어 있다"라며 "어디서 말 못할 자신들의 속 이야기를 눈물과 감동으로 풀어주셨다"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어르신들의 귀한 이야기들을 세상에 드러낼 수 있도록 정성을 쏟아주신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사회복지사 여러분의 노고에도 박수를 보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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