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숙 비상임 논설위원·화가

제4회 제주비엔날레가 역대 최다 관람객을 기록하며 지난달 막을 내렸다. 동시에 열린 비엔날레 협력 전시 '서양미술 400년: 모네에서 앤디 워홀까지'는 서양미술사의 주요 작품들을 선보이며 많은 관심을 끌었다. 제주비엔날레는 동시대 예술을 중심으로 한 국제미술전인 반면, 협력 전시는 익숙한 거장들의 작품을 통해 일반 관람객의 접근성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제주도립미술관 개관 이후 제주에서는 세계적인 명화를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2013년 피카소, 샤갈, 몬드리안 등의 작품을 소개한 베네수엘라 국립미술관재단 소장전이 그 신호탄이었다.

이번 전시 역시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 소장품을 기반으로, 경주, 부산, 제주를 거쳐 서울서도 전시될 예정이다. 지역 미술관이 대형 해외 전시를 유치하는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서울까지 가지 않더라도 해외 명화를 접할 기회를 얻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블록버스터급 해외 미술 전시는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2000년대 이후 '세계 명화 거장전'과 같은 대형 기획전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이런 전시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언론사와 협력해 강력한 마케팅을 펼치며 '놓치면 안 되는' 전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런 블록버스터 전시는 상업성이 예술적 가치보다 우선한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또한 미술사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이 주를 이루면서 동시대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전시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어지는 현상도 나타난다.

그럼에도 서양 유명 작가들의 블록버스터 전시는 미술의 대중화와 미술관 방문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친숙한 작가와 대대적인 홍보 덕분에 일반 전시보다 훨씬 높은 입장료에도 관람객이 꾸준히 찾는다. 이런 현상을 단순히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미술관들이 자체기획전시에도 보다 적극적인 홍보와 전략적인 기획을 통해 대중과의 접점을 넓힐 필요가 있다.

동시에 관람객들도 익숙한 작품에만 머물지 않고 새로운 예술을 탐색하는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미술 관람에 관심이 없던 이들에게는 블록버스터 전시를 출발점으로 삼고 이를 통해 동시대 미술 전시와의 균형을 맞춰가는 것도 방법이다. 

비엔날레 같은 국제 미술제는 실험성과 동시대성을 갖춘 미술을 선보이며 미술 담론을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세계 명화 블록버스터 전시는 대중이 미술을 접하는 진입 장벽을 낮춘다. 미술 전시는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사회·문화적 발전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매개체라는 점에서 두 유형의 전시가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한다면 미술계는 더욱 건강한 미술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침 비엔날레가 끝난 제주도립미술관 1기획전시실에서는 '역사화의 새 지평: 시대를 보다'전이, 2기획전시실에서는 '4·3미술 네트워크: 빛과 숨의 연대'가 전시되고 있다. 역사 속 인간에 대해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다.

이번 주말까지 열리는 제주현대미술관의 '서양미술 400년: 모네에서 앤디 워홀까지'를 보며 서양미술의 흐름을 살피고, 6월 8일까지 열리는 도립미술관의 전시를 보면서 우리 미술의 시대정신을 읽어보면 어떨까? 제주도민이면 영화 한 편 보는 가격으로 두 전시를 볼 수 있다. 두 전시를 보며 미술 관람에  균형감각을 가져 보는 것도 봄을 즐기는 멋진 방법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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