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석 대정읍사무소 주민자치팀장
모슬포는 바다와 함께 살아온 마을이다. 항구를 따라 식당과 전통시장, 오랜 세월 삶의 자취를 품은 상점들이 이 지역의 숨결을 지켜왔다. 그러나 최근 이 숨결이 점차 옅어지고 있다. 비대면 소비, 외지 중심 유통 구조, 그리고 지역 외부로 흐르는 소비 패턴은 지역 상권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흔들고 있다.
해결책은 평범한 일상에 있다. 회의, 간담회, 소규모 행사들이 굳이 외부 공간을 찾지 않고, 지역 식당에서 개최한다면. 단체 회식을 지역 어르신이 운영하는 해산물 식당에서 진행한다면. 장보는 날마다 전통시장부터 들른다면. 이런 변화는 개인의 불편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순환을 만든다.
서귀포시 전체도 마찬가지다. 어느 지역이든 중심에는 지역 상권이 있고 그곳이 흔들리면 공동체 전체의 기반도 약해진다. 지역내 소비를 늘린다는 것은 단지 '돈을 쓰자'는 의미가 아니다. 식사, 커피, 장보기가 지역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생계를 지탱하고 그것이 다시 지역 고용과 정주 기반을 튼튼히 만든다.
제주도 전체로 확장해 보자. 관광지로서의 이미지를 넘어 도민 스스로가 자신의 삶의 터전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주체가 돼야 할 시점이다. 공공기관이 먼저 움직이고 단체와 기업이 뒤따르며 시민이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갖춰나가는 것. 그것이 제주 경제의 회복력과 자립성을 키우는 길이다.
지역경제는 특별한 정책만으로 살아나지 않는다. 평범한 일상에서 작은 선택이 반복될 때 비로소 변화가 시작된다. 소비는 개인의 자유이지만 동시에 공동체의 미래를 지켜내는 수단이기도 하다. 지금 모슬포에서부터 그 선택을 다시 생각해볼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