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 받다가 점주 '골병'
공간 부족·악취 등 호소  
업주 부담 해소 목소리
"중장기적 대책 마련"

제주지역 슈퍼와 편의점 등 소매점 업주들이 빈병 보증금 제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전예린 기자 
제주지역 슈퍼와 편의점 등 소매점 업주들이 빈병 보증금 제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전예린 기자 

"이제 곧 여름인데 공병 처리만 생각하면 눈앞이 깜깜합니다"

제주지역 슈퍼와 편의점 등 소매점 업주들이 빈병 보증금 제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일 제주시 아라동의 한 슈퍼에서 만난 점주 A씨(56)는 소주 빈병이 가득 담긴 비닐봉투 3개를 내려다보며 한숨 내쉬었다.

A씨는 "손님 없을 때 얼른 해야 한다"며 봉투 속 빈병을 분주하게 플라스틱 박스에 옮기기 시작했다.

A씨는 "어쩔 수 없이 공병을 받긴 하지만 일이 많아져 골칫거리다"며 "최근 날씨까지 더워지기 시작하면서 공병에 남은 음료나 주류에서 악취가 발생해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악취 문제로 길가에 공병 상자를 쌓아두면 민원을 받기도 하고 이물질이 들어간 병은 회수해가지 않아 빈병 청소도 업주의 몫"이라고 토로했다.

편의점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올해 초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점주가 직접  공병 처리에 많은 시간을 소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날 오후 제주시 연동의 한 편의점은 매장이 비좁은 탓에 공병 상자를 아예 밖에 내놓은 상태였다. 

점주 B씨(47)는 "공병을 수거하는 노인들이 수시로 가져오는데 손님이 많은 바쁜 시간에도 가져와 담배꽁초 등 이물질, 파손 여부 등을 확인하면 적게는 5~1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돼 영업에 지장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공병을 빨리 처리해 주지 않으면 욕설이 오간 적도 있고 공병을 받지 않는다고 신고까지 하는데 이곳이 고물상인지 편의점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공병 수거를 맡고 있는 제주지역 소매점 업주들이 밀려 들어오는 공병들에 대한 보관 공간 부족, 관리 문제 등으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더욱이 공병 수거를 거부할 시 과태료 처분까지 받게 될 위기에 놓여 있어 이들에 대한 부담감을 감경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지자체 관계자는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 공병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것을 알고 있다"며 "빈병 회수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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