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영 서귀포 기초자치단체설치준비지원단 주무관
"행정시가 무엇인가요?"하고 길 가던 사람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하며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생소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기초시가 무엇인가요?"하고 물으면 중·고등학교 사회 시간에 배웠던 '광역시, 기초자치단체, 시·군·구 등의 개념을 어렴풋이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생소한 '행정시'란 무엇일까?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서귀포시'와 '제주시'가 바로 행정시다. 행정시는 겉으로 보면 지방자치단체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다. 쉽게 말해 행정적 업무만 수행할 뿐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권한은 조례 제정권이다. 행정시인 서귀포시는 조례를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조례는 법령에는 넣을 수 없는 그 지역 사회만의 고유한 특성을 반영할 수 있다. 전국 각지의 조례를 살펴보면 해당 지역의 가치나 특색을 반영한 사례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 중구에서는 '채식 선택권 보장을 위한 환경 조성에 관한 조례'를 통해 채식주의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
또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는 '비둘기에게 먹이 주기 금지 조례'를 시행해 역사적인 건축물을 보호하고 있다. 이처럼 특이하고 독창적인 조례를 통해 지역만의 문화와 가치를 엿볼 수 있다.
서귀포시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을 가진 도시다.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통해 언젠가는 서귀포시만의 전통과 가치를 담은 특색 있는 조례가 제정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