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위, 제104차 위원회 개최…진실 규명 결정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기소 형사처벌 받아
불법 구금 및 인권침해도 확인…사과·재심 권고

제주4·3을 알렸다는 이유로 옥고를 치렀던 김명식 시인에 대해 뒤늦게 명예 회복이 이뤄질 전망이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는 최근 제104차 위원회를 개최하고 김명식 시인의 '경찰의 불법 구금 등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진실 규명을 결정했다. 형사 처벌된 지 30여년 만이다.

16일 진화위에 따르면 김명식 시인은 1988년부터 출판, 강연, 원고 게재 등을 통해 제주4·3을 알려오던 중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형사처벌을 받았다.

당시 김명식 시인은 1988년 아라리(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연구원을 창립하고 다수의 4·3 시집과 자료집을 발간하는 등 제주4·3 진실 규명에 공헌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문화공보부는 해당 서적을 이적표현물로 지목해 김명식 시인을 경찰에 고발했다. 수사기관은 1990년 7월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구속했다.

이후 법원은 김명식 시인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자격정지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항소마저도 기각되면서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와 관련해 진화위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입수한 수사 공판 기록을 비롯해 경찰청, 국가기록원 자료 및 국군방첩사령부 존안 자료, 관련인 진술 청취 등을 통해 김명식 시인의 불법 구금 및 인권침해 사실 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국군 보안사령부가 1988년부터 장기간에 걸쳐 김명식 시인을 공작 수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경찰의 구속 절차 역시 적법하게 진행되지 않았으며 수사 과정에서 진술을 강요받으며 가혹행위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진화위는 수사기관에서 김명식 시인을 적법한 구속영장 없이 불법 구금하고 가혹행위를 가해 헌법이 보장한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점에 사과하고 화해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피해자와 가족의 피해와 명예 회복을 위한 재심 등의 조치에 나설 것도 요청했다.
한편 김명식 시인은 하귀 출생의 제주4·3 생존자로 1980년대 일본에서 '4·3을 생각하는 모임' 창립을 제안했으며 재일 동포 4·3 추모행사 기틀을 마련한 뒤 귀국했다.

이어 1997년에는 4·3범국민위 공동대표를 맡아 4·3특별법 제정 운동에 앞장섰으며 2018년에는 제주4·3평화재단 4·3 70주년 특별공로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양경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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