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각종 행사에도 판매 부진
저출생·학령인구 감소 등 요인
온라인몰 점유 오프라인 밀려
출산 지원 정책 등 대안 필요성

저출생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도내 아동을 대상으로 한 유통업계가 운영난을 호소하고 있다.전예린 기자 
저출생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도내 아동을 대상으로 한 유통업계가 운영난을 호소하고 있다.전예린 기자 

"10년 전만 해도 가정의 달에는 손님이 붐볐는데 이제는 파리만 날립니다"

어린이날을 비롯해 각종 가족 행사가 몰려 있는 5월, 제주지역 유통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저출생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도내 아동을 대상으로 한 업계 판매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운영난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오전 11시께 제주시 노형동의 한 아동복 판매점에서 만난 김모씨(43)는 가정의 달 행사 현수막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머니를 이어 2대째 아동복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김씨는 "10년 전만 해도 손님들이 줄을 서가며 옷을 사 갔는데, 지금은 찾아와 주는 손님에게 감사할 뿐"이라며 "매출은 절반이 줄었고, 아동복 장사하는 상인들이 저출산 문제를 가장 크게 체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대에는 아동복 매장 10여 개가 모여 있었지만 대부분의 가게 주인들은 손님이 없어 휴대전화만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5월은 어린이날을 비롯해 1년 중 아동용품 수요가 가장 많은 달이지만 '가정의 달 특수'는 옛말이 된지 오래다. 

저출생으로 아동용품 수요 자체가 줄어든 데다,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으로 빠져나가면서 대목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같은 날 찾은 제주시의 한 문구·완구 거리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제주시 이도동에서 완구점을 운영하고 있는 상인 양모씨(63)는 "처음 가게를 운영했을 때는 어린이날이면 장난감 물량이 더 없냐고 물어보기 바빴는데, 이제는 가격을 아예 낮춰 팔아도 장사가 예전 같지 않다"며 "예전엔 손님이 하루 50명은 넘게 왔지만 이젠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 출생아뿐만 아니라 제주지역 출생아 역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한민국 출생아 수는 2019년 30만2700명, 2020년 27만2300명, 2021년 26만600명, 2022년 24만9200명, 2023년 23만명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특히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10년 전인 2013년 출생아 수(43만6000명)와 비교하면 47.25% 수준에 그쳤다. 

제주지역 출생아는 2021년 3728명에서 2022년 3599명, 2023년 3222명, 지난해 3200명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도내 학계 전문가들은 "유통업계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저출생·고령화 등 인구문제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중장기적 대안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제주지역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출산 지원 정책, 난임 부부 지원 등 실효성 있는 대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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