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미 제주도 보건정책과 주무관

"이 밤에 문 연 약국이 있을까?" 늦은 밤 갑작스레 약이 필요해져 발을 동동 굴러본 본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응급실에 갈 정도는 아니지만 꼭 필요한 약이 있을 때 도민의 불안과 불편을 덜어주는 든든한 창구가 바로 '공공심야약국'이다.

제주도는 2012년 전국 최초로 자체사업으로 공공심야약국 운영사업을 시작했다. 의료 접근성이 낮은 시간대에도 도민과 관광객 누구나 안심하고 약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선제적인 정책이었다. 이런 제주의 선도적 시도는 지난해 약사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국가사업으로 전환돼 전국으로 확대 운영되는 초석이 됐다.

올해 1분기 제주 공공심야약국 이용객 수는 3291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86% 증가했다. 약국 수는 지난해와 동일했지만 주당 운영일수를 기존 4일에서 6일 이상으로 확대한 것이 이용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제주 공공심야약국은 한림, 조천, 구좌, 대정, 서귀동, 성산 등 7곳으로 읍·면 및 의료취약지역에 고르게 지정해 운영되고 있다. 병원 진료를 받기 어려운 야간 시간에도 가까운 약국을 통해 필요한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어 지역 주민은 물론 관광객들에게도 생활 속 응급창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공공심야약국은 단순히 '밤늦게 문을 여는 약국'이 아니다. 이는 도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필수 의료 인프라이며 함께 만들어가는 지역사회의 건강지킴이 시스템이다. 행정의 정책적 추진력만으로는 이 사업이 지속 가능할 수 없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용이 공공심야약국을 살리고 약사의 참여와 지역사회의 지지가 더해질 때 이 정책은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다.

누구나, 언제나 믿고 찾을 수 있는 공공심야약국. 그 든든한 불빛이 앞으로도 우리 주변을 환히 밝힐 수 있도록 제주도는 멈추지 않고 함께 걸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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