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옥 제주도 상하수도본부

물은 생명의 근원이자 사회 기반을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다. 하지만 그 가치를 반영한 적정한 요금체계는 여전히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는 올해 3월부터 '상하수도요금 현실화 방안 수립 용역'을 진행하며 요금의 적정성과 지속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도내 상하수도 요금은 서비스 제공에 소요되는 실제 원가를 크게 밑돌고 있다. 2023년 회계 기준으로 상수도는 1t당 원가가 1315원이지만 요금은 944원에 불과해 현실화율이 71.76%에 그친다. 하수도의 경우 원가가 3083원인데 요금은 912원, 현실화율은 29.6%로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로 인해 일부 사업비는 일반회계에서 보전하고 있지만 나머지는 차입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채 원금만도 3500억원에 육박한다. 

노후관로의 잦은 파손과 누수, 하수처리시설의 과부하 문제 등은 도민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다. 안정적인 물공급과 하수처리를 위해 지속적인 투자와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재정 기반이 필요하다.

물론 요금 인상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다. 제주는 섬이라는 특성과 높은 지하수 의존도, 인구 밀도 등 타 지역과 다른 조건을 갖고 있다. 또한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제주도는 요금 조정이 아닌 '현실화'의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원가 절감, 단계적 인상, 사회적 약자 보호 등 다각적 대안을 포함한 정책 설계를 추진 중이다.

상하수도요금 현실화를 사회적으로 논의해야 할 때다. 도민의 일상과 직결된 물 복지를 지키기 위한 정책적 결단과 공감대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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