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연 국립기상과학원장

봄이면 하늘이 뿌옇고 목이 칼칼해지는 날이 많다. 이는 아시아 내륙의 건조 지역에서 발생한 황사 때문이다. 먼지와 모래 입자가 바람을 타고 수천㎞를 이동해, 한국·중국·일본 등 동북아 전역에 영향을 준다. 건강과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국경을 초월한 환경 문제로, 한 국가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에 한국·중국·일본은 '한중일 환경장관회의' 산하에 2008년부터 '황사공동연구단(Joint Research on Dust and Sand Storms)'을 구성, 공동 대응체계를 마련해 운영해 왔다.

황사공동연구단은 두 개의 실무반으로 구성돼 있다. 국립기상과학원이 참여하고 있는 실무반Ⅰ은 황사의 감시와 예측을, 실무반Ⅱ는 발원지의 사막화 실태조사와 생태 복원 방안 마련을 담당하고 있다.

실무반Ⅰ 협력 회의는 세 나라가 번갈아 매년 개최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발원지 국가인 몽골의 전문가도 2009년부터 참관하고 있다.

올해 열리는 제18차 실무반Ⅰ 회의는 국립기상과학원이 주관하며 오는 30일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2023년 황사 공동 연구사례 분석 결과와 자료를 공유하고, 2024년 연구 대상 사례를 선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각국의 감시 및 예측 기술 현황을 점검하고,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될 제4차 중기계획 수립을 위한 논의도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전지구적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최근 들어 황사의 예측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기상 조건은 물론, 발원지의 토양 상태에 따라 이동 경로나 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실시간 감시 및 예측 기술뿐만 아니라 발원지 환경에 대한 이해와 복원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실무반Ⅰ과 Ⅱ의 정보 공유 및 협력 체계 강화가 이번 회의의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국립기상과학원도 실무반Ⅱ 국내 팀과의 업무협력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발원지 정보를 감시 및 예측 시스템과 유기적으로 연계함으로써 보다 실효성 있는 대응체계를 구축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7년간의 공동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국립기상과학원은 앞으로도 동북아 지역의 황사 문제에 대해 이웃 국가들과 함께 지속 가능한 해법을 모색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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