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예진 농업디지털센터 지방농촌지도사
농업 분야의 혁신을 대표하는 드론, AI, 스마트팜 기술은 제주농업을 빠르게 디지털 전환의 길로 이끌고 있다. 드론과 AI를 활용한 작황 예·관측, 스마트폰 하나로 필지 전체를 관리하는 일 등은 과거 농업에서 상상하기 어려웠던 변화들이다.
그러나 고령농업인들에게 이 변화는 기회이자 동시에 '벽'이 되고 있다. 고령농업인들에게 디지털전환은 여전히 낯설고 버겁기만 하다. 제주 농업인의 평균 연령은 65.1세로 고령층에 속한다. 스마트폰은 여전히 전화기 이상의 존재가 아니며 작은 글자와 복잡한 메뉴 구조는 사용을 주저하게 만든다.
농업의 디지털전환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이룰 때가 아닌 기술이 사람을 향할 때 완성된다. 특히 고령농업인의 눈높이 맞춤형 디지털 농업 전략이 필수적이다.
또 고령층이 자주 사용하는 농업정보 앱들은 큰 글자와 단순한 메뉴 구조를 제공해야 한다. 이른바 '큰 글자 서비스'는 기술비용이 크지 않으면서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디지털 포용의 첫걸음이다.
교육 방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기존 강의식 방식에서 벗어나 1:1 방문 지도, 마을 단위 디지털 동행 인력 배치 등 생활밀착형으로 나아가야 한다. 중요한 것은 디지털 기술을 '일상의 도구'로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도록 반복적이고 친근한 체험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농업의 디지털 전환이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농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 기술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길 위에서 누구도 뒤처지지 않도록 포용 정책과 맞춤형 기술 개발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농업의 미래는 함께 가는 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