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화 제주시 절물생태관리소 주무관
최근 절물자연휴양림의 목공체험장에 한 가족이 찾아왔다. 아이는 체험장에 들어서자마자 "우와, 나무 냄새!"를 외쳤다. 부모는 웃으며 "요즘 이런 냄새 맡을 일이 없지"라며 아이를 따라왔다.
세상은 많은 것이 플라스틱으로 이뤄져 있다. 가볍고, 싸고 튼튼하다는 이유로 전 세계가 플라스틱의 편리함에 익숙해졌다. 아이는 익숙한 세상에서 낯선 나무 냄새에 감탄했다. 아이는 질문했다. "왜 우리는 더 이상 나무로 만들지 않죠?".
필자는 종종 이 질문을 곱씹는다. 나무는 생명체다. '살아 있는 재료'다. 자라고, 숨 쉬고, 상처 입고, 다시 회복한다. 잘려 나가도 그 나무의 나이테는 시간의 흔적으로 남아 우리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목재는 사용하면서 '늙어가는' 재료다. 나무는 시간이 흐를수록 색이 짙어지고 결이 뚜렷해지며 때로는 작은 흠조차도 아름다운 흔적으로 남는다. 반면 플라스틱은 시간이 지나면 색이 바래고 부서진다.
절물휴양림의 목공체험장은 단순한 체험 공간이 아니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재료의 가치를 다시 돌아보는 공간이다. 특히 아이들이 망치질을 하며 나무를 다룰 때 그 표정은 '만드는 기쁨'을 깨닫는 순간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투박하고 조금 삐뚤어도, 그 안에 나무가 지닌 따뜻함이 배어 나온다.
우리는 다시 나무를 선택해야 한다.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삶의 태도에 관한 선택이다. 쉽게 만들고 쉽게 버리는 삶이 아닌 손으로 만들고 오래 쓰며 함께 늙어가는 삶.
절물자연휴양림의 숲처럼 우리 사회 또한 지속가능하고 조화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다시금 '나무의 방식'을 돌아봐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