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나고자란 여연 작가가 제주바다와 설화를 배경으로 한 동화, ‘도깨비를 믿나요?’를 펴냈다.
작가는 국어교사로 30여 년 아이들과 함께했으며, 퇴직 후 고향 제주로 돌아와 신화 연구로 인생 2막을 펼치며 연구가이자 제주신화 스토리텔링 작가로 활발히 제주 신화 관련 저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도깨비를 믿나요?’는 해녀로 살아가는 할머니와 어린 손녀 이야기를 그리며 자신의 일상 공간인 제주 풍경과 설화를 글에 녹여냈다. 제주 바람이 소금 냄새를 싣고 마당까지 스며드는 섬의 여름밤, 어둠 사이로 아른거리는 도깨비불이 한 아이를 부른다. ‘
“진짜로 믿느냐”는 질문에서 출발해 “무엇을 믿고 누구를 믿을 것이냐”로 넓어지는 성장담이다. 낯선 섬으로 건너온 아이는 마음 한쪽이 텅 빈 채 해변을 서성인다.
그 앞에 나타난 건 사람인 듯 사람 같지 않은, 말끝마다 어딘가 서툴고 따뜻한 ‘풋내기 도깨비’. 둘은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 나서는 작은 모험을 함께 하며, 섬의 설화와 일상의 고민이 포개진 길을 걸어간다.
해녀의 숨비소리, 바당과 오름, 비양도에 얽힌 이야기, 장난기 많은 신화의 그림자들이 서사의 직물처럼 촘촘히 엮이고, 제주말은 설명과 맥락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아이 독자도 무리 없이 따라가게 한다.
이 책의 매력은 도깨비를 공포의 상징이 아닌, 실수하고 두려워하면서도 곁을 내어주는 존재로 그려냈다는 데 있다. 아이는 도깨비에게서 ‘머물 곳’을, 도깨비는 아이에게서 ‘머물 이유’를 배우며, 둘의 걸음은 상실을 통과해 회복으로 향한다.
이야기는 크게 요란하지 않다. 작은 일들—용기 내어 말을 건네기, 미안하다고 먼저 말하기, 떠날 때와 돌아올 때의 예의를 지키기—가 서로를 바꾸는 힘이 됨을 보여준다.
그래서 마지막 장을 덮으면, 독자는 처음의 질문을 조금 다르게 되묻게 된다. “도깨비를 믿나요?”가 아니라 “당신 곁의 누군가를 믿을 용기를 믿나요?” 섬의 밤처럼 고요하지만 오래 잔향을 남기는 동화다. ㈜책읽는곰. 1만5000원. 김하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