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관 비상임 논설위원·제주대학교 강사

지난달 제주섬은 관악으로 출렁거렸다. 1995년 시작해 올해 30주년이 된 제주국제관악제와 제20회 관악콩쿠르가 바로 그것으로 8월 7일 U-13 경연대회와 8일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16일 콩쿠르 시상식과 입상자음악회를 끝으로 10일간의 여정을 성료했다.

관악제와 함께 운영중인 관악콩쿠르는 2009년 유네스코 산하기구인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 인준을 받아 국제적인 공신력을 확보하게 되면서 세계적인 음악콩쿠르 반열에 올라섰다. 특히 작년 콩쿨에서 제주출신으로 타악연주자인 강영은(제주대)에 이어 올해는 호른 연주자인 강민성(연세대)이 우승하면서 제주인의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 2021년 시작된 관악작곡콩쿠르는 올해 6월 중국 하얼빈에서 열린 제69회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 총회에서 신규 분야로 승인되며 국제적 위상이 더욱 강화됐다.

조직위원회의 자료에 의하면 올해 참가자는 관악단체, 콩쿨 및 심사위원 등이 확대되면서 총 20개국 4600명이라고 한다. 한편 2024년 기준 관악제가 제주지역 경제에 미친 효과를 산업연관표를 이용해 참가자와 방문객의 지출이 지역경제에 미친 직접·간접 효과를 산출한 결과 약 54억2790만원으로 조사됐다.

방문객은 약 4만명으로, 1인당 평균 지출은 11만8600원이다. 이에 따른 직접적인 경제효과는 47억원으로 관악제가 제주지역의 관광산업, 운송, 숙박 등 주요 산업에서 높은 파급효과를 보인 것으로 평가됐다.

관악제는 올해 30주년으로 많은 성장을 했지만 보다 세부적이고 체계적인 실행계획 및 운영을 담당할 총연출과 총감독의 부재, 불안전한 사무국 조직시스템과 미흡한 홍보체계, 비어있는 관객석 및 모객 관리 부재, 축제와 멀어지고 떠나가는 관악인들에 대한 대책 등은 지속적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다.

반면 시민참여와 확대를 위한 자원봉사 운영시스템, 제주문화와 접목한 창작곡 개발 및 콩쿨, 전문성에만 치우쳐있던 프로그램을 대중성 있는 방향으로 균형있게 진행되고 있는 점, 제주전통문화의 국제교류 등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렇게 국제적으로도 유명해진 관악축제의 역사를 보면, 제주도 관악은 아이러니하게도 대한민국의 비극인 한국전쟁이 계기가 됐다. 당시 제주로 피난 온 이성삼(후일 경희대학교 음대학장), 이성재(후일 서울대학교 음대학장), 변훈, 김금환 등은 짧은 기간이었으나 제주도민에게 순수 음악예술에 대한 가치관 형성과 제주 서양음악의 시작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또 찰스 길버트(Charles E. Gilbert) 소령은 한국전쟁 당시 유엔 민간기구협력단체의 부사령관으로 제주에 부임해 한국보육원 밴드, 제주중학교, 제주농업고, 경찰악대, 구세군고적대 등을 창단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음악 지도는 물론 후일 제주관악 발전의 모태가 되는 오현고교 관악대를 고봉식 선생과 함께 창설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지금의 관악제가 있기까지 제주 토박이 관악인들의 열정과 노력, 헌신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제주에 관악의 씨를 뿌린 길버트 소령, 초대 조직위원장을 지낸 고봉식 선생과 역대 조직 및 집행위원장, 일선 현장에서 미래의 관악인을 육성했던 중등 음악교사, 특히 이른 나이에 작고하신 이선문 교수, 문무경, 임성철, 최광석, 안성복, 김홍철 등 선배 관악인들의 헌신과 봉사가 있었기에 지금의 관악제가 존재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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