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범 「보름달 아래 붉은 바다」

재일조선인 김석범 작가는 「보름달 아래 붉은 바다」를 통해 자신의 실감을 중심으로 한 개인의 삶을 넘어, 4·3을 둘러싼 사회적·역사적 문맥 등을 총체적으로 다뤘다. 이를 통해 '인간의 자유와 해방' 정치 권력의 '억압'과 '통제'로 소거된 죽은 자들의 목소리를 소생시키는 '생존의 미학'을 펼치며 차별화된 '투쟁'과 '구제'의 글쓰기를 해온 작가라는 점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이 소설집에 수록된 첫 번째 작품 '소거된 고독'은 2017년 10월 슈에이샤의 월간 문예지 「스바루」에 발표된 소설이다. 주인공인 90세의 현역 소설가 K는 과거 '요나키소바'라는 야식 라면 장사를 소재로 발표했던 세 편의 작품을 비교해 읽으면서 자신이 왜 그런 소설을 썼고, 같은 줄거리의 소설을 반복해 쓰는 과정에서 소거된 '고독'이라는 단어에 담긴 의미는 무엇이었는지 고민한다.

두 번째 작품인 '보름달 아래 붉은 바다'는 「스바루」 2020년 7월호에 발표된 소설이다. 재일조선인으로서의 실존 문제와 더불어 작가 자신이 천착해온 4·3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문제를 되짚는 작품이다. '소거된 기억'과 마찬가지로 작가 김석범과 등치 관계라 볼 수 있는 노작가 K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그의 지인인 영이라는 젊은 여성과의 「바다 밑에서, 땅 밑에서」라는 작품을 둘러싼 대화, 영이와 K의 삶이 하나의 서사로 어우러지며 자기 실존과 4·3을 애도하는 방법을 사유하게 한다.

세 번째 작품인 '땅의 동통'은 「스바루」 2022년 5월호와 6월호에 발표된 소설이다. 4·3과 제주도를 시공간적 무대로 하는 「화산도」를 집필한 작가 K가 1988년에 이룬 42년 만의 한국행과 1996년, 1998년의 한국행을 둘러싼 에피소드, 산천단에서 「화산도」의 주인공 이방근과 조우하며 그의 시선을 통해 다시금 4·3의 기억과 역사를 사유하는 K의 의식의 흐름이 서사의 축을 이루며 전개되는 작품이다.

김석범 작가는 1925년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1957년 일본어 소설 「간수 박 서방」 「까마귀의 죽음」을 발표했다. 저서로는 대하소설 「화산도」를 비롯해 「만덕유령기담」 「1945년 여럼」 「바다 밑에서」 등이 있다. 소명출판. 1만7000원. 박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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