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연 국립기상과학원장
과거 어느 날의 날씨가 문득 궁금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미뤄둔 일기를 한꺼번에 쓰면서 궁금했을 수도 있고, "내 아이가 태어난 날 눈이 왔었나?", "동네가 물에 잠긴 그 폭우는 도대체 언제였더라?" 이 같은 질문이라면, 기상청 자료포털을 통해 과거 날씨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내가 있었던 바로 그 시공간의 정확한 기상값을 찾기는 어렵다. 모든 지점을 세밀하게 관측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바다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해양 재분석 자료'이다. 이는 지구 전체를 격자로 나누고, 실제 관측값과 수치 모델을 함께 활용해 관측이 부족한 곳까지도 복원한 자료이며, 인류가 현재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정밀한 과거 참값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재분석 자료"는 실제로 양식장 환경 모니터링, 해양 레저 장소의 선정이나 안전 관리, 그리고 해양 군사 작전이나 해난 사고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매우 실용적으로 활용된다. 특히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 그중에서도 해양 환경 변화에 민감한 제주도에서는 이 자료의 가치가 더욱 두드러진다.
해양은 대기에 긴 시간에 걸쳐 영향을 주어 기후 변화에 대한 이해와 예측을 위해서 이 자료는 꼭 필요하다. 국립기상과학원은 영국기상청과 공동으로 기후예측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8년부터는 예측의 출발점이 되는 초기장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 이 기술로 수온, 염분, 해류 등 전 지구 해양의 3차원 정보를 약 25km 해상도로 생산한 자료가 구축되었고, 이제는 과거 30년 이상의 긴 기후 데이터까지 생산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었다. 더 이상 외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양재분석 자료를 생산하여 미래 기후를 우리의 기술로 전망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었다. 앞으로도 국립기상과학원은 해양분야의 연구를 강화하고, 미래 기술 개발을 선도하도록 노력할 것이며, 이를 통해 미래의 날씨와 기후를 더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