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규 국립기상과학원 관측연구부장

지구 표면적의 71%를 차지하는 바다에서 태평양의 비율이 46%라고 하니 지구의 오대양 중 단연 압도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태평양과 가장 가까이 접하고 있는 제주도, 그리고 제주에서도 태평양과 더욱 가까운 곳인 서귀포항에 기상관측선이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기상청은 2011년 5월에 국내 유일의 기상관측선 '기상1호'를 도입하여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최신의 해양기상관측장비를 탑재하고 각종 관측임무 수행을 위해 1년에 160일 가량 서해, 남해, 동해와 동중국해 등 대한민국 주변의 바다를 누비고 있다. 특히, 태풍 북상 시 예상 진로로 미리 이동하여 대기와 해상의 관측자료를 예보관에게 전달하는 등의 임무는 '기상1호'만 가능한 독보적인 업무라고 할수 있 다. 이러한 위험기상의 선제적 관측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기상 1호'의 모항을 올해 1월, 목포항에서 국립기상과학원이 있는 서귀포시의 서귀포항으로 변경하게 되었다.

제주에서 첫 해를 보내고 있는 '기상 1호'는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고 있다. 여름철 호우로 인해 중국 양쯔강에서 제주도 근해로 유입되는 저염분수는 전복, 소라 등 고착생물이 자라는 연안어장에 큰 피해를 줄 수 있어 제주도청 등 관계기관이 촉각을 세우고 관찰하고 있다. 국립기상과학원은 저염분수의 유입 가능성을 사전에 탐지하기 위해 '기상1호' 특별관측을 실시하고 있다. 양쯔강 저염분수가 제주로 유입할 수 있는 경로에서 수온과 염분을 측정하여, 저염분수 발생 여부를 판단하고 저염분수 덩어리의 이동 경로를 예측할 수 있는 자료를 생산하여 관계기관과 신속하게 공유하는 협력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태풍의 길목인 서귀포항에 자리 잡은 '기상1호'는 보다 신속하게 태풍의 예상진로로 이동하여 관측할 수 있게 되었다. 태풍의 북상 시에 '기상1호'에서 투하하는 표류부이는 해수면 온도와 기압, 파고 등을 관측하며, 이때 관측한 정보는 태풍의 예상진로와 강도를 예측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쓰인다. '기상1호'의 선제적인 관측임무가 태풍 예측정보의 정확도 향상으로 이어져 태풍의 길목 제주도의 피해 최소화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제주에 자리매김한 '기상 1호'가 지역사회를 이롭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냄과 동시에 태풍 등의 위험기상으로부터 제주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든든한 지킴이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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