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업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3학년
해외에서의 새로운 시작이 절망으로 바뀌는 현장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청년이 납치·감금된 뒤 고문을 당하고 사망한 참혹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고수익 일자리'라는 유혹에 넘어가 낯선 땅으로 발을 디뎠고 그곳은 기회의 땅이 아닌 범죄의 덫이었다. 이 비극은 한 사람의 불행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올해 들어 캄보디아에서 직업을 미끼로 현지에 들어갔다가 온라인 사기 조직에 억류되거나 감금된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 청년들이 일자리 부족, 불안정한 고용환경에 시달리며 손쉽게 유혹에 넘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결함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우리 지역사회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청년들이 해외로 나서기 전 그 길이 어떻게 설계돼 있고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교육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취업 지원만을 말해서는 부족하다. 가짜 광고로 미끼를 던지는 범죄 조직의 구조, 출국 전후의 위험 인지, 긴급 상황 시 대응 체계까지 마련돼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교육기관, 청년지원센터가 힘을 합쳐 해외 일자리 안전망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감금 사건에 대응해 현지와 수사 협조를 강화하고 일부 지역 출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청년을 유혹하는 구조적 문제, 국내 고용시장의 취약성, 해외취업 정보의 부족, 국제 범죄망의 탈국경화 부터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청년들이 안전하게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먼 미래의 과제가 아니다. 경각심을 갖고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