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능희 한국음악협회 제주도지회장

내년 제주 문화예술은 기술과 전통, 지역성과 세계화를 아우르는 복합적 변화 속에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문화예술 정책의 변화와 맞물려 제주도는 문화예술 생태계의 재편과 창의적 대응을 요구받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문화예술인들의 공동체적 연대와 장르 간 융복합 협업은 지속 가능한 예술 생태계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제주도는 내년 문화·관광 분야 예산을 대폭 확대하며 문화 인프라 확충과 콘텐츠 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콘텐츠진흥원, 제주학연구센터 등은 공간 재편, 콘텐츠 전시, 제주어 기반 창작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지역문화의 정체성과 창의성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도민 향유 확대, 예술인 복지 강화, 글로벌 콘텐츠 육성, 지역문화 자율성 보장이라는 국가 문화예술 정책의 방향성과 맞물려 제주 문화예술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제주 문화예술계는 보조금 운용 혁신안에 대한 반발을 통해 자율성과 다양성의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 예술계는 이 정책이 예술을 행정의 수단으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며 문화예술의 본질적 가치와 창의성을 지키기 위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갈등은 단순한 예산 문제를 넘어 문화예술의 철학과 방향성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를 촉발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문화예술인들의 공동체적 연대와 협업은 더욱 절실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오늘날의 예술은 더 이상 장르 하나에 머무르지 않는다. 무용, 음악, 연극, 미술, 영상, 디지털 기술 등 다양한 장르가 융합되는 종합예술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으며 이는 창작의 확장성과 관객의 몰입도를 동시에 높이는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제주 문화예술인들은 이런 흐름에 발맞춰 장르 간 경계를 허물고 협업을 통해 새로운 예술 형식을 창출해야 한다. 

이런 융복합 예술은 단순한 장르 혼합을 넘어 예술인 간의 협업 구조를 필수로 요구한다. 시각 예술가, 무용가, 작곡가, 기술 전문가, 기획자 등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위해 공동으로 기획하고 창작하는 과정은 예술의 깊이와 확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는 창작의 고립을 극복하고 예술인 간의 상호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적 연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된다.

또한 공동체적 연대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는 데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시민 참여형 프로젝트, 지역 커뮤니티와 연계된 예술 활동, 예술교육 확대 등은 문화예술을 지역사회와 연결하고, 예술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제주도는 제주문화 미래가치 창출을 위한 릴레이 오픈 토크 등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정책 방향을 논의하고 있으며 이런 장은 예술인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고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중요한 플랫폼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내년 제주 문화예술의 미래는 문화예술인들의 공동체적 연대와 장르 간 융복합 협업에 달려 있다. 개인의 창작을 넘어 집단적 지혜와 협력의 힘으로 예술 생태계를 재구성하고, 기술과 전통, 지역성과 세계화를 아우르는 창의적 비전을 실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연대와 융합은 단순한 생존 전략이 아니라 제주 문화예술이 지속 가능하고 풍요로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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