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혁진 서귀포소방서 예방구조과

사이렌이 울리고 구급차가 달려간다. 누군가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뜻이다. 그 안에는 단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뛰는 구급대원이 있다. 그들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우리의 곁을 지킨다. 하지만 그 길 위에서 구급대원이 다치고, 욕설을 듣고, 때로는 폭력을 당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구급대원을 밀치거나 때리는 사람들. 환자를 살리러 간 손이 폭력을 맞는 순간, 그곳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그 한순간의 폭력 때문에 구급활동이 멈추고, 누군가의 소중한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구급대원은 단지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누군가의 가족이고, 이웃이며, 가장 두려운 순간에 달려와 주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손끝 하나, 판단 하나가 생명을 붙잡는다. 그 손이 두려움에 떨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먼저 지켜야 한다.

법과 제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야 할 건 우리의 마음이다. "술김에 그랬다", "순간 화가 나서 그랬다"는 말로는 결코 용서될 수 없다. 존중은 거창한 게 아니다. 구급차가 지나갈 때 길을 비켜주는 일, 대원의 말을 믿고 협조하는 일, 그들에게 고맙다고 말해주는 일.

그 작은 행동 하나가 생명을 살리고, 대원의 마음을 지켜준다.

구급대원은 영웅이 아니다.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사람을 살리려 애쓰는 평범한 이들이다. 그 평범한 사람들의 용기와 헌신이 우리 사회의 안전을 만들어 왔다. 이제는 우리가 그들을 지켜줄 차례다. 폭력은 생명을 멈추게 하지만 존중은 생명을 이어준다. 구급대원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사회, 그곳이 바로 우리가 꿈꾸는 따뜻한 공동체다. 그 시작은 모두의 마음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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