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대근 제민일보 독자권익위원
요즘 각종 행사장이나 경조사를 다니다 보면 안타까운 현실이 눈에 띈다. 놓여 있는 화환 대부분이 인공꽃, 즉 조화로 만들어진 것이다. 겉보기에는 화려하지만 그 속에는 화훼 농가의 땀과 정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화환을 통해 전달되던 마음이 이제는 차갑고 생명 없는 플라스틱으로 대체되고 있다.
한때 제주의 화훼 산업은 활발히 이뤄지며 지역 농가의 중요한 소득원이자 자부심이었다. 계절마다 다양한 꽃들이 피어났고 결혼식이나 장례식장 등에는 향긋한 생화 향기가 가득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화훼 농가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일부 꽃집들이 비용 절감 등의 이유로 생화 대신 조화를 사용하는 비중이 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조화가 단순히 한 번 쓰이고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용이 끝난 화환은 수거돼 다시 손질되고 생화 몇 송이만 바꾼 뒤 새 화환처럼 재판매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새로 만든 화환이라 믿고 주문하지만 실상은 재활용된 조화가 다시 유통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생화 소비는 줄어들고 화훼 농가들은 경영난에 빠진다.
화환의 본래 의미는 축하나 추모의 마음을 생명 있는 꽃으로 전하는 데 있다. 생화는 짧은 생명이지만 그 안에는 진심과 따뜻한 정성이 담겨 있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그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변화를 위한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힘을 모아 표준화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표준화환은 일정 비율 이상을 생화로 구성하고 플라스틱 대신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는 등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조화를 재활용해 불법적으로 유통하는 행위를 단속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화훼 농가와 소비자, 사회가 함께 웃을 수 있는 꽃 문화를 만들어야 할 때다. 아름다운 꽃 한 송이가 다시 우리 삶 속에서 생명력 있게 피어나도록 관심과 실천이 절실히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