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현 최고이비인후과 원장

매년 가을이면 어김없이 독감 백신 접종이 권고된다. 하지만 '매년 맞아야 하나' '젊고 건강한데 꼭 필요할까'라는 질문은 누구나 한 번쯤 떠올린다. 독감은 단순 감기와 달리 고열, 근육통, 극심한 피로를 유발하며 노인·영유아·임산부·만성질환자에게는 폐렴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실제로 독감으로 인한 입원과 사망은 대부분 이 취약한 계층에서 발생한다.

독감 백신은 이런 중증 위험을 크게 낮춘다. 완전한 감염 예방보다도 증상 악화와 합병증을 줄이는 효과가 더 중요하다. 매년 접종이 필요한 이유는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 연구소에서 모은 수십만건의 독감 바이러스 샘플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가장 유력한 형태의 독감 바이러스를 겨냥한 백신 조합을 매년 권고한다.

젊고 건강한 사람에게도 접종은 의미가 있다. 본인이 중증 위험군이 아니더라도 직장·학교·가정 등에서 감염을 퍼뜨릴 가능성을 줄여 집단 보호에 기여한다. 특히 영유아나 고령자와 함께 지내는 사람이라면 더욱 중요하다. 또한 독감은 건강한 성인에게도 일주일 이상 일상생활을 어렵게 할 만큼 강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어 업무와 일상에 미치는 손실 역시 적지 않다.

올해 질병관리청은 2025~2026절기 독감 예방접종을 지난 9월 22일에 시작해 내년 4월 30일까지 한다고 공지했다. 작년에는 4가 백신을 했지만 이번에는 3가 백신으로 시행한다.

세계보건기구의 권고와 국내 예방접종전문위원회 논의 결과를 따른 것이다. 항체가 형성되기까지 약 2주가 걸리며 특별한 금기 사항이 없다면 독감 백신은 안전한 편이다.

올해도 '굳이 맞아야 할까'를 고민하고 있다면 본인의 건강뿐 아니라 가족과 주변 사람의 안전까지 고려해 결정해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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