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수 비상임논설위원·전 제주관광대학교부총장

요즘같이 국가와 사회의 존엄한 가치에 대해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정상적인 사고를 갖고 사회문제를 거론하는 사람들이 비정상적인 편협된 사고를 가진 사람들 틈에서 비정상적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와 국가가 어떻게 되든 간에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라는 내로남불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꽤 많아진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이럴 때일수록 겸손하게 중용의 도를 발휘해 함께 잘 사는 사회와 국가 또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도록 신중하게 살아야 한다.

그럼에도 요즘 입법부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안을 보면 '나는 되고 너는 안된다'는 사고가 팽배해 있는 듯하다. 우리 편이 저지르는 잘못은 단순한 해프닝이나 실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기면서도 상대방이 유사한 잘못을 저지르면 구속 사유가 된다거나 근본이 불량하다는 소리를 하고 있다. 내로남불이 따로 없는 것 같다. 

미국의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제시한 깨진 유리창 이론이 생각난다.

이 이론은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많은 사람들이 다른 유리창들도 깨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거나, 다른 유리창들도 깨기 쉬워 보이게 되고, 이는 통제되지 않는 더 큰 범죄를 유발하게 된다는 논리로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더 큰 사회적 무질서와 범죄로 이어진다는 범죄 심리학 이론이다.

요즘 내 편인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지도자들의 행태를 말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하게 한다.

국가운영과 정치는 마치 과학의 전극연산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전극연산이란 배터리 전극 제조 과정에서 슬러리의 양을 결정하거나, 전극의 밀도를 조절하는 등 전극의 특성을 조절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우리 사회도 운영과정 상 적절한 양의 후원자(+)와 반대자(-)가 존재해야만 사회가 바라는 질적 수준의 운영정책을 조절하고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전극과 같이 적절한 양극과 음극이 있어야 불이 밝아지듯이, 적절한 긴장과 적당한 반대가 존재해야 국가 운영이 잘될 뿐만 아니라 이는 삶의 가치를 보다 풍요롭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나라가 돌아가는 걸 보면 내로남불에 푹 빠져있는 것 같다. 한쪽이 다른 한쪽을 아예 뿌리채 뽑아버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고 또 자신들의 입지와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잘되건 잘못되건 간에 우선 반대와 결정을 서슴치 않는 것을 보면 섬뜩하기만하다. 

옛 선현들이 동양철학의 조화와 균형을 강조했던 이유중 하나는 사회란 서로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연결돼 있는 존재임을 인식하고, 상호 조화를 통해 균형있는 삶과 질서를 이루기 위해서인 것 같다.

중국 철학자 노자는 자연과 우주가 조화되는 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이를 위해 개인은 과잉과 물질주의에서 벗어나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삶을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철학자 공자 역시 존경, 효, 충성과 같은 도덕적 가치와 양심의 중요성을 균형된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깨진 유리창 효과와도 같은 순간적인 충동에서 벗어나 상대방을 늘 생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가르치기도 했다. 사회와 정치는 물 흐르듯 조화롭고, 독립적이면서도 공동체적인 것이어야 하는데, 남 비판만 하는 우리 사회는 지금 과연 서로 유기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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