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2006년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했을 때, 관광진흥법 등 이른바 관광 3법의 권한 이양은 지역 발전의 지름길처럼 여겨졌다. 중앙부처의 규제를 벗어나 제주만의 독자적인 관광정책을 펼 수 있게 된 것은 분명한 이점이었다. 그러나 20년이 흐른 지금, 그 자치가 제주 관광에 과연 어떤 실익을 가져왔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관광 3법의 특례 적용으로 제주는 행정 절차의 간소화라는 이점을 얻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도하는 대부분의 국비 공모 사업에서 배제되고 있다.

웰니스 관광지, K-컨벤션 육성, 문화관광축제 등 전국 지자체들이 앞다퉈 참여하는 공모 사업에서 제주는 해당 없음으로 분류되고 있다. 문체부 공모 사업에 선정될 경우 한 해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지원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무장애 관광도시는 3년간 40억원을 지원받으며 웰니스 관광지 선정 시에도 컨설팅과 국내외 홍보 등 실질적인 지원이 뒤따른다.

이처럼 제주는 공모 제외로 인해 연간 약 100억원에 이르는 국비 지원 기회를 잃고 있다. 반면 제주가 관광 분야에서 받는 특별교부세는 연평균 30억원 수준에 불과하며 이는 관광 외 지역 현안 중심으로 배분되는 탓에 관광 전용 예산으로 쓰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런 구조적 배제는 제주 관광의 혁신 파이프라인 자체를 단절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제주는 중앙의 관광 트렌드 및 기술 개발 흐름에서 이탈한 채 독자적 방식만을 고수해야 하며 민간 투자 유치와 연계되는 사업 기회마저 줄어들면서 제주만의 관광정책이 점차 고립되고 있다. 그 고립은 온실 속 우리만의 위로로 그쳐 세계적 관광지로서 경쟁해야 할 다른 지역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멀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제주들불축제가 단적인 사례다. 이 축제는 문체부의 문화관광축제로 여러 번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특례 규정 때문에 국비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전액 지방비로 개최되는 이름뿐인 자치의 현실을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문체부의 권역별 관광개발계획에서도 제주는 제외돼 독자적 계획만을 수립해야 하며 이 단절은 중앙정부의 정책 방향과 연계되지 못하는 고립으로 이어진다.

현행 구조를 유지할 경우 제주의 재정 손실은 막대하며 특별자치도로 얻은 규제 유연성과 특별교부세 지원은 이 손실을 상쇄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제주의 관광 자치를 실질화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편이 시급하다. 차기 도정으로 넘어간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통해 공모 자격을 회복하거나, 관광 관련 국비 매칭 계정을 신설해 중앙정부와의 협력을 제도화해야 한다. 더 나아가 제주특별법의 권한 이양 방식은 달라져야 한다. 실질적 분권 방안인 포괄적 권한 이양 방식을 취하되 국가의 재정지원이 필요한 사항과 전국 공모 사업은 이양 대상에서 제외해 동등하게 경쟁하고 혜택도 동등하게 주어지도록 해야 한다.

고도의 자치권 확보는 제주가 나아가야 할 지향점이지만 자치권을 명분으로 내세운 결과가 제주에 오히려 불이익과 고립을 초래했다면 이는 정책 설계의 실패를 의미한다. 제주는 단순한 특별한 섬이 아니라 대한민국 관광의 미래를 이끄는 중심이 돼야 한다. 자치가 기회의 박탈이나 결과의 배제가 돼서는 안 된다. 이제는 관광 3법 개별 권한 이양 20년의 성과를 냉정히 점검하고, 전국과 촘촘하게 연결되는 실질적인 관광 자치의 설계를 이룰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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