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 비상임논설위원·전 제주감귤농협조합장

늦가을 치고는 매우 기온이 높다. 기후온난화에 따른 영향은 1차 사업은 물론 일상에도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단지 기온이 높고 강우량의 분포가 달라졌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크게 보면 사계절이 없어지고 겨울과 여름으로 양분돼가고 있고, 겨울이 점점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바다고기들은 북상하고, 열대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감귤에서도 이런 현상이 감지되고 있는데 극조생만 하더라도 추석에 출하됐던 궁본조생을 시작으로 일남일호 출하가 마무리되기 까지 여러 가지 품종들이 있다. 

극조생 품종에서도 매우 빠른 계통, 다음 바통을 잇는 중간계통, 그리고 궁천조생이 출하되기 전에 출하는 되는 일남일호 계통에 이르기까지 숙기별로 세분화돼 있어 극조생Ⅰ, 극조생Ⅱ, 극조생Ⅲ으로 구분해서 통제하고 관리돼야 했었다.

그러나 이들 품종을 통틀어서 당도와 산도를 기준으로 통제한다면 이 범위에 들어갈 극조생 계통들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극조생 품종은 폭염과 건조가 동반된 지역에서 적합한 계통으로 적지적작이 필수인데다 숙기가 빠를수록 당도가 높지 않아 짧은 기간에 출하를 서둘러야 한다. 

따라서 제때 출하를 하지 못하면 산도가 급속도로 감소돼 맛이 밍밍하게 돼 소비자들은 기피하게 된다. 최근 온난화로 인해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극조생 출하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돼 그 원인을 파헤쳐서 해결책을 찾아야 됨에도 불구하고, 제도권과 농업인들 간에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농업인들은 당도가 높다는 정보에 이끌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도 없이 품종을 선택하고, 도전했지만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농업인들은 물론 제도권에서는 감귤경영은 단순히 전정하고 시비하고, 병해충방제를 해서 유통시키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이 돼야한다. 그렇게 돼야만이 무엇인지에 대한 가치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래야만 감귤경영을 통해 인생과 자신의 관점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게 된다.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그 이상을 도모하지 않고서는 그 일에서 가장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없다. 무엇인가 가치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감귤농사라는 눈에 보이고 구체적인 행위를 하면서 그 이상을 꿈꾸면서 하다 보면 모든 것에 적용되는 하나의 매우 보편적인 방법을 얻을 수 있다.

헤르만 헷세가 말한 것처럼 모든 인간은 자기 자신 이상이다. 그래서 자기 자신 이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각성한 사람의 삶은 항상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것 이상을 추구하게 됐고,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것 이상을 추구하게 되면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잡다한 것들을 전부 지배하는 방법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 삶의 승화인 한 형식이다. 삶의 목적은 생존의 질과 양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생존의 질과 양을 증가시킨다는 게 무엇이냐 하면, 항상 생존 이상을 꿈꾼다는 것이다. 

생존 이상의 꿈을 꾸면서 갖게 된 하나의 인식으로 생존의 모든 것을 관리하고 지배해서 효율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뜻도 되겠다.

모든 인간은 자신 이상이다. 자신 이상이다 라는 확신을 가지고 자기 자신 이상을 꿈꾸는 사람들은 계속 올라간다. 계속 올라간다는 말은 계속 생각한다는 뜻이다. 감각의 영역을 벗어나 생각 영역으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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