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지 벌써 5년8개월이 지났다. IMF구제금융으로 인해 우리는 모든 면에서 세계의 표준화를 지향하고 있다.

그 동안 각 경제주체들은 어려운 경제상황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나아가 새로운 시대에 맞게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하여왔다. 특히 이 과정에서 증시정책 당국자, 상장기업 그리고 증권회사에게 시급히 요구되어 온 것은 정책의 중심 또는 경영의 중심을 과거의 기업위주에서 투자가 위주로 바꾸는 일이었다. 이것이 IMF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세계표준이기 때문이다.

사실 1970년대 이후 우리의 증시정책은 증시육성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 과정에서 기업공개를 장려하다 보니 공개기업으로서 지켜야 할 준수사항 등에 대해서는 엄격한 감독을 하지는 않았다. 증권회사의 영업자세 또한 투자가에게 필요한 정보라도 공개회사가 밝히기를 꺼려 하는 정보라고 생각되면 그 정보를 제공하는데 소극적이었다. 투자가보다는 상장회사를 먼저 배려한 결과이다. 투자가 역시 주가만 오르면 된다는 생각으로 기업의 경영상태를 면밀하게 체크하지 않았다. 만약 미국의 증권시장이었다면 기업들의 이런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투자를 용인하지 않았을 것이다. 주주들은 기업성과가 부진한 기업에 대해서 과거에는‘싫으면 주식을 팔고 시장을 떠난다’라는 행동을 보여 왔으나, 최근에는 싫으면 경영진에 대항하여 권익을 찾는다는 주주행동주의를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 투자가들의 행동패턴의 차이는 주가의 차이로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세 차례 1000포인트를 상회한 적이 있으나 1500포인트까지 도달하는데 실패한 반면, 미국의 경우는 1990년 초 2753포인트에서 1999년 1만포인트까지 도달하였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도 투자신탁 등의 기관투자가들 중심으로 주주행동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개인들은 여전히 투자기업에 대해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기 보다는 기업이 싫으면 팔고 떠난다라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행동은 투자자금의 이익을 극대화 하거나 손실을 최소화 하는데 결코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항상 인터넷이나 신문지상을 통하여 투자기업과 관련된 공시내용을 꼼꼼히 챙겨보고, 법으로 보장되어 있는 자신의 권리를 찾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기업 경영진으로 하여금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주주들을 의식하는 경영을 하게하는 동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 결과는 결국 주가로 반영이 된다.

<오성근·투자신탁협회 조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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