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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팡 바다 명성은 간 데 없고 물건이 많았을 때는 아무리 ‘매서운 추위’라도 바다의 품을 파고드는 잠녀를 내치지 못했다. 쉴새없이 바다를 매치는 거친 바다 탓도 있지만 불턱 같은 잠녀탈의실에 모여든 잠녀들 중 누구하나 선뜻 고무옷을 집어들지 못한다. 예전에는 어머니가 바다에서 벌어 자식들 대학공부까지 시켰다고 하지만 지금은 “죽도 못 쑬 정도”라는 푸념이
해녀
고 미 기자
2008.01.2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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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넉넉하게 품어주던 바다. 도두 잠녀들이 기억하는 바다는 지금 ‘반’만 남아 있다. 벌써 10년이 된 일이지만 옛 향수를 지우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시간이다. 가매기보말(말고동)이 많아서 ‘가매기원’이라 불리던 곳도, 포구로 드나드는 배들이 입항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표지석으로 삼았던 다금바리여도, 도두봉 서쪽 제주 옛 재래식 화장실을 닮은 통시여도 축항
해녀
고 미 기자
2008.01.2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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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떵 ‘소라마중’도 안나오고…” 바람 소리만 가득했던 바다에 오랜만에 사람 목소리가 굴러다닌다. 톤 높은 웃음 소리에 누가 누군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왁자한 말 소리에 잠깐 졸았던 바다에 하늘까지 깜짝 눈을 떴다. 아침 나절 잔잔했던 바다에 빗방울이 떨어진다. #“내 짐이 가벼워 대신 들고 왔주게” 제주시 이호동 바다를 찾은 날, 이곳 잠녀들은 올해
해녀
고 미 기자
2008.01.1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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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이 부는 겨울 바다지만 제주의 그 곳에는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가 정겹다. 바다 어디든 전해 내려오는 얘기가 있고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쉽게 발을 떼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 바다에 인적이 끊긴다는 얘기는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보기 드문 ‘소금빌레’가 펼쳐진 구엄 바다는 이전의 웅성거림을 가슴에 안은
해녀
고 미 기자
2008.01.0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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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돌아갈 바다가 있었네 바다와 더불어 사는 방법에 특별한 것은 없다. 그저 욕심을 버리면 된다. 그냥 서있기도 힘든 거센 바닷바람에 맞서면서 연신 탄성이 나오는 절경이 펼쳐진다. 하지만 이곳 신엄 바다는 ‘몇 년에 한번씩 사람 목숨을 잡아먹는다’. 바다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넋을 잃고 바라보는 바다는 그러나 지금 너무도 고즈넉하다. 계절 탓은 아니다.
해녀
고 미 기자
2007.12.3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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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그랬다. 이제 조금 사람들의 속내를 읽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지나가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차를 멈추고 눈앞에 펼쳐진 풍광에 흠뻑 빠져 볼만한 바다지만 그 품에 안기는 것에는 수십 번 고민이 따른다. 그냥 서 있어도 옷깃으로 파고드는 겨울 바다 바람 탓만은 아니다. 오랜만에 바다를 만나는 길. 바다 밭을 일구는 손
해녀
고 미 기자
2007.12.2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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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운다. 슬퍼서 우는 것은 아니다. 벌써 며칠 째 TV화면을 가득 메우는 검은 기름에 뒤덮여 도와주지 못한 사람들이 미안함을 호소하는 바다는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그런 관심보다 더 슬픈 것은 희망이 남아있지 않다는 절망에 사로잡힌 바다다. △갈수록 바닥 들어내는 망테기 “바다, 이제 뭐 먹고 사냐” 고여진 잠녀회장(59)이 한숨을 내뱉듯 아쉬움을 쏟
해녀
고 미 기자
2007.12.1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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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 위해 바다를 열다 바다가 가슴을 드러낸다. 숨겨진 속내를 다 읽을 수는 없지만 가슴까지 내어주는데는 이유가 있다. ‘메역을 조물지 못하면(미역을 따지 못하면)’ 여자로 살기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미역 흔적을 찾는 게 더 어렵다. ‘바다바라기’만 하기엔 세월의 속도는 너무나 빠르고 그렇다고 바다 혼자 살라고 내어놓을 수도 없는 노릇. 그래서
해녀
고 미 기자
2007.12.0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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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녀들에게 바다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그런 바다를 바라보며 달려오기를 꼬박 1년 4개월여. 어느 덧 100곳에 이르는 어촌계 중 반 이상이 발아래 닿았다. 바다에 생명력을 살려내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은 잠녀들 스스로의 삶을 투영하는 것 같아 가슴 아프다. 하지만 바다를 내어주고 또는 철저한 관리를 통해 ‘가능성’을 키워내는 모습에는 앞으로 ‘바다 관리’
해녀
고 미 기자
2007.12.0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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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의 기대…아직은 먼 약속 ‘내려갈 땐 한빗,올라올 땐 천칭만칭 구만칭’. 법환동은 국내 최남단 어촌마을이다. 한때 마을 여인 전부가 잠녀였을 만큼, 바다를 조금 알만한 정도의 여자아이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바다에 들었다는 곳이다. 지금은 그보다는 영화의 배경이 됐을만큼, 아스라이 펼쳐진 포구와 바다, 그 바다위에 그림처럼 떠있는 범섬 등 누구라도 카메라
해녀
고 미 기자
2007.11.1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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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에 밀린 바다 밭을 지키다 바다는 그렇다. 어느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맨살의 얼굴’로 소리쳐 울 때 아름답다. 아니 바다답다. 바다는 매일 바다 사람들을 부르지만 그 소리는 조금씩 세월에 묻혀 이제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그저 옹이진 손마디, 훈장처럼 자리를 잡은 굳은 살만으로 바다, 바다 사람임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바람 불면 바람소리 속에,
해녀
고 미 기자
2007.11.1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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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삶에서 ‘만족’찾는 바다 바다는 적당히 내어주고 또 적당히 거둬들이는 느림의 삶에서 만족을 찾는다. 그런 바다와 함께 해온 사람들 역시 바다를 닮아간다. 뿌린 만큼 거둔다고들 하지만 지금의 바다는 지켜준 만큼 돌려준다. 두 손을 꼭 채우는 10명의 잠녀가 남아있는 토평 바다는 조금은 쓸쓸하면서도 조금은 넉넉한 이 계절을 닮았다. △나누고 또 지키고=
해녀
고 미 기자
2007.11.04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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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효동은 효돈천을 끼고 있다. 이 마을 끝자락엔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쇠소깍이 자리잡고 있다. 3~4년전만 하더라도 쇠소깍엔 관광객의 발길이 뜸했으나 이젠 이름있는 관광지로 변모했다. 하지만 쇠소깍은 이 곳 잠녀들에겐 좋은 선물 역할을 못하고 있다. # 감귤 의존도 높은 곳 하효동 바
해녀
김형훈 기자
2007.10.2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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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잠녀] 90. 발로 딛는 잠녀들의 삶 (61)서귀포시 보목동욕심을 버리니 바다가 숨쉰다 이중섭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서귀포에서 피난생활을 했다. 1년을 서귀포에 산 그가 남긴 작품 가운데 '섶섬이 보이는 풍경'이 있다. 소남머리 일대를 소재로 한 사실적 화풍으로, 그 그림에 나타난 팽나무는 지금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해녀
김형훈 기자
2007.10.22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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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잠녀] 89. 발로 딛는 잠녀들의 삶 (60)남원읍 하례리풍족한 바다, 이젠 옛 기억일 뿐어느 시인이 그랬다. '제주사람이 아니고서는 진짜 제주바다를 알 수 없다'고. 이웃 바다는 태풍이 할퀴고 간 상처에 속울음을 울고 있었지만 이 곳 바다는 별 일 없었다는 듯 무표정한 고즈넉함으로 우리를 맞았다.망장포•우금포 등의 예전
해녀
제민일보
2007.10.1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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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의 상처는 깊고도 슬프다. 그게 사람이건 아니면 '말이 없는'바다건 깊은 생채기에 아파하고 치유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태풍 나리가 제주섬을 할퀴고 지나간지 20여일이 지났지만 바다 사람들의 가슴은 바다만큼 멍들어 있다. 눈에 보이는 상처야 보듬고 함께 아파할 수 있다지만 푸른 덮개로 한거풀 가려진 바다 속 상처는 '속앓이'로 남는다.△태풍의
해녀
제민일보
2007.10.0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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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다에는 기다림의 기쁨이 있다. 단 몇분이라도 머물러 가슴을 열어 보이면 이내 속내를 소리없이 모두 털어놓을 듯 짙은 빛을 한 바다는 그러나 지나치게 말수가 줄었다.금채기가 지났지만 ‘10월 입찰도 힘들다’는 풍문은 소라 채취를 위해 바다로 나가려는 잠녀들의 발목을 잡는다. 제주섬을 뒤흔든 ‘해군기지’역풍으로
해녀
고 미 기자
2007.09.3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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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잠녀] 86. 발로 딛는 잠녀들의 삶 (57)남원읍 위미2리 힘겨워진 바다, 가슴을 열다 눈만 돌리면 보이는 바다지만 때묻지 않은 그 말간 낯빛에 매번 가슴이 설렌다. 바다가 삶의 터전인 사람들에게 일년 내내 출렁이는 물결과 해풍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이제는 저 물결처럼 주름살 졌을 사람들. 그 주름살만큼 바다도 늙고 있는 것
해녀
제민일보
2007.09.1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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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잠녀] 85. 발로 딛는 잠녀들의 삶 (56)남원읍 남원리 낭만의 여름은 가고‥떠나는 잠녀들 지난 여름, ‘낭만’의 공간으로 들썩였던 바다가 돌아왔다. 돌아온 바다에는 아직 여름의 달뜬 흔적들이 남아있을 뿐 현실 감각이 돌아오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듯 하다. 해안도로를 따라 많은 관광객이 오고간 곳이지만 하천
해녀
고 미 기자
2007.09.1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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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어머니를 알아본다.물 흐름이 느려 육상에서 밀려오는 생활폐수와 쓰레기를 가슴에 쌓아 올리며 허옇게 병들어가고 있지만 어머니 바다는 그 바다를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또 다른 어머니의 노력을 외면하지 않았다.△소라 모패 철저한 공동관리남원읍 신흥리 바다를 지키고 있는 잠녀는 35명. 74만㎡의 넓지 않은 어장이지만 백화현상으로 문드러지는 바다밭에서 잠
해녀
고 미 기자
2007.08.31 1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