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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여일(始終如一), 처음과 끝이 하나와 같다는 뜻이다.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무슨 일이든 시작을 할 때와 끝날 때가 내용이나 형식 또한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니, 시작은 미미(微微)하였으나 끝은 성대(盛大)할 수도 있을 터이고, 시작은 심후(深厚)하였으나 끝은 천박(淺薄)하여 이른바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마음만은 초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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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27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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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獨島) 문제로 지역을 불문하고 남녀노소를 막론하여 경향(京鄕)이 온통 시끄럽다. 주지하다시피 일본의 작은 촌 동네에서 언감생심(焉敢生心), 우리 땅 동쪽 홀로 우뚝 솟은 섬 독도를 자기 땅이라 우기더니 급기야(及其也) 2월 22일을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로 정하는 조례안(條例案)을 가결했기 때문이다. 자기들 마음대로 ‘무슨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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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20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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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日帝)는 일본제국(日本帝國)의 준말로서 제국주의(帝國主義) 체제하의 일본국을 뜻하는 말이다. 제국주의에 대한 개념 정의(定義)는 다양하지만 대체적으로 배타적 대외강경책의 일환으로 다른 나라를 정복하거나 지배하려는 경향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특히 근대자본주의 사회가 산업자본에서 독점, 금융자본으로 변화하면서 이른바 열강(列强)으로 지칭되는 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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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민일보
2005.03.13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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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날씨 따라 변할 사람 같소? 오래 전 어느 연극의 제목이기도 한 이 말이 새삼 뇌리에 떠오른 것은 요즘 날씨가 마치 내 감정의 기복(起伏)마냥 변덕스럽기 때문이다. 경칩(驚蟄)에 잠에서 깬 개구리가 산과 들녘이 온통 흰 눈으로 뒤덮여 있고, 찬바람마저 씽씽 불고 있는 것을 보고 어찌 자연의 시간을 오해하지 않겠는가? 어디 그 뿐이랴. 지진(地震)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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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06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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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우리는 오해(誤解)하는 수가 있다. 외형도 비슷하고, 인종 또한 크게 다르지 않으며 바로 이웃하여 살고 있으니, 생각하는 것 또한 엇비슷할 것이라고. 중국이나 일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나 인식의 일부는 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아무렴 머리카락이 샛노랗거나 몸이 시허연 백인종 비해 검은 눈에 누런 몸을 가진 황인종이 나을 것이라는 맹목적(盲目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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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27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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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는 반드시 이론을 펼친다. 군자필변(君子必辯)은 이런 뜻으로 [순자(荀子).비상(非相)]에 나오는 말이다. 사람이라면 농아(聾啞)가 아닌 이상 어찌 말이 없을 것이며, 나름의 이론이 없겠는가? 그런데 왜 하필(何必)이면 유자(儒者)들이 성인과 더불어 가장 이상적인 인격으로 존중하는 군자에 대해 말하면서 반드시 이론을 펼친다고 하였을까? 게다가 공자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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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20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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줏대가 없이 두루 뭉실하여 남의 비위(脾胃)에 다 맞는 사람. 무골호인의 사전적 정의는 이것이다. 줏대란 주(主)가 되는 뼈의 뜻이자, 문지도리인 중추(中樞)의 동의어(同義語)이다. 문지도리가 없으면 문을 열고 닫을 수 없고, 사람의 몸에 주가 되는 뼈가 없으면 바로 설 수 없으니, 연체동물(軟體動物)마냥 흐물흐물할 따름이다. 이런 인간은 시비(是非)나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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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3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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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것을 법도로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인 「법고창신(法古創新)」은 우리나라에서 만든 성어이다. 그 주인공은 「열하일기(熱河日記)」로 잘 알려진 북학파의 거두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이며, 출전은 「연암집 권 1 초정집서(楚亭集序)」이다. 물론 중국이나 일본에는 없다. 중국의 경우 법고(法古)라고 하면, 옛 것을 모방한다는 뜻이 강하며 법도로 삼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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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06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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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문학을 논의할 때 편의상 초당, 성당, 중당, 만당으로 나누는 것이 보편적인데, 이는 정치, 문화적인 분기(分期)로도 가능하다. 성당(盛唐)은 현종 개원(開元: 713년)부터 대종(代宗)의 영태(永泰: 765년)까지 약 50년간을 말하는데, 중국 역사상 가장 국력이 강성하고 경제, 문화적으로 전성기를 구가한 당대에서도 가장 극성기였다. 물론 성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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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30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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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문 앞에 버드나무 다섯 그루를 심어놓고 스스로 오류선생(五柳先生)이란 별호(別號)를 짓고, 평생 두 명의 국 선생, 국화(菊花)와 술(麴: 누룩 국)을 몹시 좋아했던 이. 하여 우리에게 전체 20수의‘음주(飮酒)’시 가운데 다섯 번째 작품에 나오는 “동쪽 울타리 아래에서 국화를 따다 멀리 남산을 바라본다(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로 익히 낯익은 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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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3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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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사(詩史)에서 초당사걸(初唐四傑: 왕발, 노조린, 낙빈왕, 양형)로 널리 알려진 당대(唐代) 시인 왕발(王勃)은 천재적 시재(詩才)로 한 때를 풍미(風靡)하다 바로 그 때문에 실각(失脚)하게 된 회재불우(懷才不遇: 재주를 지녔으나 때를 만나지 못한 사람)한 이였다. 아홉 살 때는 안사고(顔師古)가 주석한 「한서(漢書)」를 통독한 후 학술서인 「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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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6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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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흔들려 바닷물이 넘쳐난다. 지진해일(地震海溢)은 바로 이런 뜻이다. 해일로 물이 넘쳐 육지까지 널리 퍼졌으니, 해일범람(海溢氾濫)이란 말도 가능할 듯하다. 물론 성어(成語)는 아니지만 이번 동남아시아를 강타(强打)한 해일을 한자어로 표현하기에 이보다 정확한 것은 없어 보인다. 네 글자 모두 물 수(水)를 부수로 삼고 있으니, 그야말로 물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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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0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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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명(北冥)에 곤(鯤)이라는 물고기가 사는데, 그 크기가 몇 천 리(里)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그 물고기가 변해 새가 되는데 그 이름이 붕(鵬)이다. 붕새의 등 역시 수 천 리라 그 크기를 알 수 없는데, 일단 박차고 날아오르면 날개가 온 하늘을 가리고 있는 구름과 같았다. 그 새는 바다 위로 날아올라 남명(南冥)으로 향한다. 붕새가 남명으로 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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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02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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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교수 신문에서 올 한 해를 마감하는 네 글자 성어(成語)로 "당동벌이(黨同伐異)"를 선택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당동벌이. 자신과 같은 의견을 지닌 이들끼리 결당(結黨)하여 다른 무리들을 공벌(攻伐)한다는 뜻이다. 물론 당(黨)은 동사이기 때문에 당이 같아서 다른 무리들을 공벌한다고 해석하면 어색(語塞)하다. 이 말은 [후한서(後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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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6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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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지(楚漢志)가 먼저인가? 아니면 삼국지(三國志)가 먼저인가라고 누군가 물었다. 잠시 황당(荒唐)하다는 느낌이 들었으나 금새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한지나 삼국지는 모두 같은 ‘지’자 돌림인데다 둘 다 재미있는 소설로 널리 알려져 있어 혹시라도 엇비슷한 역사서로 혼동(混同)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렇지 않다. ??초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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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9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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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중국 땅에서 대략 서주(西周) 기원전 10세기부터 춘추(春秋)시대 기원전 5세기까지 여러 나라(제후국)의 민가나 왕궁에서 불렀던 찬송가를 비롯한 여러 노래를 모아 만든 시가 총집을 ??시경(詩經)??이라고 부른다. 원래 이름은 그냥 ?시(詩)? 또는 ?시삼백(詩三百)?이었는데, 한대에 다른 유가 전적과 더불어 경전의 반열(班列)에 오름으로써 시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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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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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는 동음이어(同音異語)가 많기 때문에 우리말로 그냥 표기하면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오늘 배우고자 하는 기수와 우수의 경우가 그러하다. 기수와 우수, 어떻게 써야 하나? 騎手, 旗手, 基數, 旣遂(이미 끝남. 미수未遂의 반대말), 機首, 忌數(꺼리는 숫자), 箕宿(이십팔수 가운데 일곱째 별자리). 優秀, 憂愁, 右手, 雨水(24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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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0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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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말한다. 백년간에 걸친 거대한 프로젝트라는 뜻일 터이다. 이 말은 고사성어(故事成語)는 아니고 현대에 들어와 새롭게 쓰기 시작한 말이지만 그 유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관자·권수(權修) 에 보면 1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종자를 뿌리는 일만한 것이 없고, 10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나무를 심는 일만한 것이 없으며, 평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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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8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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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已往)에 연이어 언어에 대해 말하였으니, 오늘도 언어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옛날에 황홀(恍惚) 적막(寂寞)하여 형체도 없고, 형체가 없으니 산 것인지 죽은 것인지 알 수 없으되 하늘, 땅과 더불어 존재하고 신명(神明)에 따라 움직이는데, 그나마 과연 어디로 가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으면서도 천하 만물을 모두 망라(網羅)하는 것에 대해 관심이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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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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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령(要領)의 사전적 정의(定義)는 사물의 요긴(要緊)하고 으뜸되는 점이나 그 줄거리 이다. 그러나 이 글자는 구할 요(要)가 아니라 허리 요(腰)에 옷깃 영(領)을 써야 본래 뜻이 드러난다. 중국의 고대 의복 가운데 장포(長袍)라는 것이 있다. 일종의 남자용 두루마기인데, 이 옷은 허리 부분과 옷깃 둘레를 제대로 끌어당겨 입어야 소매나 목 부분이 편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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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민일보
2004.10.24 2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