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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장마란 말도 있는가. 유난히 비날씨가 많은 12월이다. 감귤의 마무리 수확을 못한 입장에선 애가 탄다. 값이 문제가 아니라 내년에 감귤농사를 포기할 계획이 아니라면 수확을 해야만 한다. 내리 3년을 폭락한 감귤가격으로 제주 농업인의 90%인 감귤농가들은 막막한 현실 앞에 서 있다. 남의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그렇다. 감귤가격을 지지하는 데는 백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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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민일보
2001.12.26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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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꽃바구니가 배달되었다. 곰곰이 생각해 봐도 나에겐 꽃을 받을 만한 기쁜 일도 기념해야 할 만큼 특별한 날도 없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받을 사람이 내가 맞는지 몇 번을 되물어 확인하고는 꽃을 받아 들었다. ‘누구일까’ 수 십 송이나 되어 보이는 빨간 장미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니 바구니 한 켠에 묶여 있는 리본엔 글씨가 쓰여 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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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민일보
2001.12.19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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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형. 마음이 또 겨울비 오듯 스산하거든, 밤바다를 보세요. 티끌 하나 없던 시절의 팔등신 그리움으로 오는, 서귀포 밤바다를 보세요. 평소 말이 없던 사람처럼, 평소 잠이 없던 사람처럼, 바다는 조용히 밀려오고 밀려갑니다. O형, 인연은 물 흐름입니다. 아직도 멍울져, 그 가슴에 겨울비 그치지 아니 하거든, 언젠가 문득 회항의 뱃고동 울리며 들어설, 먼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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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민일보
2001.12.1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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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주부 가출은 매달 1000명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가출 신고에 의한 것이고 미신고까지 통계를 내면 이보다 훨씬 많다고 생각된다. 또한 제주 도내 성인 여성 가출도 매월 40명 정도이고 이는 성인 가출의 63%를 차지한다고 한다. 필자가 상담해 본 것을 보면 집을 박차고 떠나고 싶다는 여성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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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민일보
2001.11.28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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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또 한 해를 지내면서 그래도 기다렸다. “언젠가 좋은 결과가 있겠지”하며 실 낱 같은 희망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 해가 가면 갈수록 우리의 목을 점점 조이고 있는 듯한 심정이다. 우두커니 서서 먼 하늘만 쳐다본다. 알만한 이들에게 상의 해 보아도 “그러나 좌절하지 말고 지내고 있으라”한다. 어떤 이는 “대체 작물이 마땅한 것이 있으면 탈출구를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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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민일보
2001.11.21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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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이었다. 장애인협회라고 하면서 전화가 걸려 왔다. 장애인들이 모여 만든 목각 작품을 보급하고 있으니 도와달라는 내용의 전화였다. 어떻게 나를 아서 전화를 했느냐고 묻자, 신문기사를 보고 알았다는 것이다. 그 말에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의 냉담했던 나의 태도가 바뀌어 버렸다. 결국 거절을 하지 못하고 승낙하고 말았다. 나에 대해서 알아버렸다는 것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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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민일보
2001.11.14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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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나 짐승이나 둥지란 참으로 소중하다. 제 혼자면 아무 데서나 자겠지만 알을 낳고 부화하고 새끼를 키울려면 아무래도 둥지가 필요하다. 새들은 둥우리 트는 법을 어데서 배우는 것일까? 산새는 본능적인 작은 건축가이다. 안전하고 튼튼하고 따뜻한 둥지를 만든다. 가늘고 마른 풀 실을 이것저것 모아 둥글게 아우르고는 몸을 꼼작꼼작 움직이는 동안 오목한 종지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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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민일보
2001.11.07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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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마당에 은행나무 한 그루 서 있었으면 좋겠다. 그 나무 아래에 자전거 타는 아이들이 있어도 좋겠다. 소포꾸러미를 안고 오는 농부의 모습이 보여도 좋겠다. 나는 그런 풍경이 보이는 우체국 창가에 앉아 편지를 쓰고 싶다.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이 시속의 내 가 되고 싶어 나는 가끔 우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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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민일보
2001.10.31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