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제10대 교육감 이임일이다. 또 오늘은 11대 교육감 취임일이다. 그러나 이·취임식은 둘다 열리지 못했다. 주인공들이 없기 때문이다. 전임 교육감은 병상에서 검찰수사를 기다리고 있고, 신임 교육감은 옥중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제주교육 사상 초유의 사태이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 뿐만 아니다. 선거에 나섰던 교육감 후보 4명 모두가 구속된 것도 마찬가지이다. 매우 참담하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아직도 충격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교육감 불법 선거와 관련돼 이미 10명이 구속됐지만 앞으로도 수많은 선거참모와 유권자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찰 처지에 놓여있다.

지금까지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은 유권자와 운동원들만도 4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중 100명 가량은 사법처리될 것이라 하니 그 파장은 불을 보듯 자명하다.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줄소환되는 것만도 단일사건으로는 기록적이다. 4·3사건 이후 처음이라고들 한다. 또 가슴을 시퍼렇게 멍들게하는 역사적 비극이다.

청정지역의 대명사인 제주에서 어쩌다 이런 끔찍한 ‘대형참사’가 일어난 것인가. 굳이 따진다면 선거법이 유죄다. 현행 교육감 선거법은 가장 나쁜 종자들만 모아놓은 악법중의 악법이다. 그 맹점과 모순투성이는 기회있을 때마다 지적해왔기 때문에 여기서 다시 시시콜콜하게 재론할 가치도 없다.

무릇 교육감은 지방자치 시대의 ‘교육지사’로 일컬어진다. 도지사에 버금가는 막중한 자리이다. 그런데도 불법과 타락이 자행되는 허술한 제도에 의해 선출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그렇게해서 교육감의 권위와 영이 제대로 설 리가 없다. 그러나 선거법이 잘못됐다고 해서 모두 면죄부되는 것은 아니다. 또 자기 합리화나 정당화 할수도 없는 일이다. 악법도 법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국가의 신을 섬기지 않고 젊은이들을 타락시킨다는 죄목으로 부당한 재판에 의해 사형집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그의 오랜 친구가 찾아와 여러 가지 이유를 제시하면서 도주를 권유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반대 이유를 제시하면서 탈옥과 도주를 거절했다. 비록 그 재판이 부당하다 할지라도 시민으로서의 법규준수의무가 우선하기 때문에 부당한 판결에 복종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재판을 거부하는 것은 곧 국가의 법을 거부하는 것이고, 이는 법적 안정성을 해치게 된다는 논리였다.

제주교육계는 이제 법타령을 뒤로하고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아무리 세상이 썩고 더러워도 교육계만큼은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불법과 비리를 용납할 수는 없다. 따라서 다가오는 보궐선거는 더 이상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깨끗하고 공명하게 치러야 마땅하다.

교육계를 둘러싼 검찰과 경찰수사도 교단의 동요를 최소화하기 위해 엄정하고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 특히 불법연루 교원에 대한 수사를 조기에 매듭지어 교육청의 정기인사가 차질을 빚지않도록 협조해야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도민들도 만신창이가 된 교육계를 나무라기만 할게 아니라 교단의 안정을 위해 힘을 몰아줘야 한다. 교육은 누가 뭐래도 우리 아이들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진성범·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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