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군 선거구가 우여곡절 끝에 되살아나게 됐다. 비록 임시회 마감시간을 넘기는 바람에 국회본회의 처리는 무산됐지만 이변이 없는한 확정적이다. 온도민이 똘똘 뭉쳐 분연히 일어난 결과이다. 하마터면 제주도 국회의석의 3분의 1을 잃어 버릴뻔 했다. 생각만해도 아찔한 일이다.

이번 북군 선거구를 살려놓은 제주도민의 힘은 대단했다. 그야말로 용감하고 요망졌다. 이렇게 한순간에 결집된 저력을 보여준 적이 언제 또 있었던가. ‘뭉치면 산다’는 평범한 진리를 실증해 보인 것이다.

따지고보면 북군 선거구를 유지해야 한다는 도민들의 주장은 결코 억지가 아니다. 그럴만한 명분은 많다. 처음부터 북군 선거구의 존폐를 단순히 인구문제로 논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인구로만 따진다면 제주도는 머릿수가 55만명밖에 되지 않아 광역자치단체가 될 자격도 없다. 그러나 입지적 특수성을 고려한 정책적·정치적 판단에 따라 광역자치단체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그런 정신에 따라 선거구도 3개가 유지돼야 하는 것은 마땅하다. 그래서 여야가 당초부터 ‘각시·도의 국회의원 정수를 최소 3인으로 한다’고 합의하지 않았던가. 미국 같은 나라에서도 인구가 3500만명 이상인 캘리포니아주와 62만명에 불과한 알래스카주의 상원의원 정수를 똑같이 2명으로 인정하고 있다.

또 17대 국회의 지역구를 15석 이상으로 늘리는 상황에서 북군 선거구를 없앤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이는 단순히 국회의석 하나가 줄어드는게 아니다. 본도 의석의 33%를 빼앗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도 정치권이 북군 선거구를 제멋대로 죽였다 살렸다 ‘갖고 놀아도’되는 것인가. 북군민만 아니라 온도민이 하나처럼 총궐기하고 나섰던 것은 이런 연유에서이다.

되돌아보면 사태가 여기까지 온데는 우리의 책임도 크다. 무엇보다 지역균형개발을 도외시한 자업자득이기도 하다. 만약에 제주시 외도동과 삼양동에 조성한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인접한 북군지역에 세워졌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물어보나 마나 이런 난리법석은 떨지않아도 됐을 것이다. 외도동과 삼양동은 북군의 하귀리와 신촌리에 인접한 오십보 백보의 거리이다. 제주도가 지역균형개발 차원에서 제주시 편중개발을 사전에 통제하고 조절하는 기능을 발휘했더라면 이번과 같은 소동은 피할수 있었을 터이다. 또 제주시도 인구 과포화로 인한 교통과 환경등의 문제로 골치를 앓지 않아도 될 일이다.

당사자인 북군도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돌아오는 농촌’을 건설하기 위해 북군은 보다 현실적인 인구유입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해안도로변에 아무리 펜션이나 콘도를 허가해준다고 해서 상주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영업만 이곳에서 할뿐 실제 주민등록상 거주지는 제주시로 놔두기 때문이다. 그러니 인구는 끌어들이지 못하고 환경만 훼손시킨다는 비난을 사고 있는 것이다.

북군은 이보다도 하귀리 도시개발같은 사업을 좀더 일찍 추진했어야 했다. 실제로 농촌을 떠났던 주민들을 다시 불러모으려면 그들이 거주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교육·문화시설 등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힘써야 한다. 정말로 이제는 사람 귀한 줄 알아야할 것이다.

<진성범·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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