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인권예술이 빛고을 광주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3월 29일부터 오는 6월 7일까지 광주 중외공원 일원에서 열리는 2000년 광주 비엔날레에서는 제주작가 강요배씨의 4·3역사화와 부산 하늬영상(감독 조성봉)이 제작한 4·3 다큐영화 ‘레드헌트 1’‘레드헌트 2’가 특별전과 영상제에 각각 초대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재일동포 작가 故 송영옥 화백(1917∼1999)의 예술혼이 가득한 작품 40점이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 콜렉션 특별전 ‘송영옥과 조양규,그리고 그 밖의 재일작가들’에서 선뵈고 있어 미술인과 관람객 등의 시선을 붙잡고 있다.

강요배 화백은 비엔날레 특별전 ‘인권과 예술’전에 초대됐다.황토빛 진흙 속에 모가지만 내놓고 뒹굴고 있는 여인네들의 얼굴과 그 사이에서 피어난 노란 호박꽃을 대비시킨‘흙노래’를 비롯해 군인들이 총을 겨누는 모습을 그린 ‘학살’,붉게 타는 마을과 아수라장의 현장을 담은 ‘천명’,집단학살 현장을 담은 ‘건벽청야’,‘토벌대의 포로’등 대형컬러 작품 5점이 내걸렸다.피빛 역사 제주4·3의 아픔을 화폭 속에 응축한 이 작품들은 비엔날레 본전시관 제5전시실에 선보이고 있는데 전시장 어느 구석에도 ‘4·3역사’에 대한 설명이 나붙지 않아 아쉬움을 삭여야만 했다.

한편 이 전시회에는 제주4·3 뿐 아니라 광주 5·18 뿐만 아니라 위안부 문제,중국 천안문사태,코소보사태,이라크전 등 세계 도처에서 일어난 인권 유린 현장이 대형 화폭마다 꽉 채워wu 있어 강렬하다 못해 가슴이 저릿저릿 아파왔다.

광주시립박물관 시청각실에서 상영되는 4·3다큐영화 「레드헌트 1」「레드헌트 2」는 부산 하늬영상(감독 조성봉)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4·3역사와 현재적 아픔이 영상을 통해 생생하게 그려졌는데 비엔날레 기간 제주4·3역사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오는 6월 7일까지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에 상영된다.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송영옥과 조양규,그리고 …’은 재일작가 송영옥 화백의 예술혼이 펄펄 느껴지는 전시회다.전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작품전은 송 화백의 작품에 무게를 싣고 있다.23명의 110점을 내건 이 전시회에 송 화백의 작품은 ‘여자마술사’‘투견’‘나는 어디에’‘5·17-80 광주’‘처의 영면’‘폐선’등 무려 40점.4검정과 회색 황토색의 무거운 톤과 해골,총,고통스런 얼굴,건물이 무너지는 장면,투견과 투계모습 등 고통에 찬 일그러진 화면은 강한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송 화백은 광주 5·18과 히로시만 원폭사건 등 다양한 역사와 사회 문제 등 인권문제를 화폭에 담아왔다.말년엔 강렬한 표현주의적 기법으로 자신의 존재를 개에 비유해 그리기도 했다.특유의 상징적 표현과 함께 강한 호소력으로 진한 울림을 주는 그의 작품은 민족과 자신의 불행한 운명으로부터의 고통이 일관되게 천착한다는게 특징.

한편 이 전시회에는 조양규 전화황 이철주 등 22명의 재일동포 작가가 함께 참가하고 있는데 근현대사를 살면서 겪은 재일동포들의 고통과 모순을 느낄 수 있는 있었다.

전 세계 미술인들의 미술축제인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제주작가들의 치열한 예술혼 뿐만 아니라 제주4·3문제를 전세계 도처에 깔린 인권문제와 나란히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제주도민들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어쨌든 ‘인권의 고장’광주에서 선뵈고 있는 강요배씨의 4·3역사화,조성봉 감독의 「레드헌트」,송영옥 화백의 작품들은 이 땅에는 더 이상 인권이 말살되는 일이 일어나선 안된다는 역설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광주=김순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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