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17대 총선이 내일로 다가왔다. 오늘로써 선거운동도 모두 막을 내린다. 이제는 유권자들의 선택만 남았다.

그동안 후보들은 엄청난 공약들을 마구 쏟아냈다.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이다. 꺼져가는 경제와 관광을 살리고, 또 붕괴위기의 감귤과 농촌을 살리겠다고 한다. 4·3사업 마무리와 국제자유도시 건설도 빼놓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일자리도 많이 만들겠다고 했다. 저마다 감언이설에 가까운 공약 경쟁을 벌여온 것이다. 과연 국회의원들은 그런 일들을 모두 소화해낼수 있을 만큼 만능인가.

그러나 미안한 얘기지만 이렇게 각 정당과 후보들이 의욕적으로 토해낸 공약 가운데는 총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재탕·삼탕의 진부한 메뉴가 많은 것으로 지적됐다. 제민일보 정책평가자문단의 검증결과 비전성 공약 대부분이 재원조달 등 방법론을 무시한 인기몰이 공약(空約)으로 분석됐다.

뿐만아니라 후보들의 이벤트도 가소롭다. 재래시장을 누비고 다니며 상인들을 부등켜 안는 후보들의 모습도 그렇지만, 노인정과 장애인들을 찾아 손을 붙잡고 아픔을 함께 나누는 장면들은 식상할 정도이다. 아무리 차별화를 시도해봐도 도토리 키재기에 다름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마땅한 선량감을 골라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국회의원의 자질로서 전문성과 개혁성, 도덕성 등을 우선 꼽는다. 그러나 그것을 정확히 평가하기가 어렵다는데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후보에 대한 기초적인 상식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선관위가 이례적으로 엊그제 12일을 ‘후보자 진단의 날’로 정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유권자들에게 올바른 후보 선택의 기회를 제공해 줄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유권자들은 선관위가 보낸 후보자 정보공개 자료등을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후보자들의 정책과 공약이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인지를 따져보면서 자질을 서로 비교해 봐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정당이 연출해내는 이미지와 감정, 그리고 이벤트에 휩쓸려 투표를 망치기 쉽다.

현명한 유권자는 무엇이 진짜이고 쇼인지를 가려낼줄 알아야 한다. 허황된 공약에 속아서도 안된다. 그들이 쏟아내는 말과 동작들이 교묘한 득표전략의 술수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더 이상 그들의 번지르르 하고 감성적인 장단에 놀아나서도 안된다. 신중하게 생각해서 소중한 한표를 행사해야 한다. 잘못 찍어놓고 뒤늦게야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다’느니 하면서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주부들은 물건을 하나 살 때도 신중을 기한다. 제품 설명서를 살펴보는 것은 필수다. 또 상품을 구석구석 들여다 보지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구매한 상품인데도 불량품으로 판명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는 반품이나마 가능하다. 하지만 한번 잘못 뽑은 선량은 그러질 못한다. 4년내내 도움이 안되고 고통을 주어도 기다릴 도리 밖에 없는 것이다.

되풀이 되는 얘기지만 생각이 깊은 유권자라면 겉보다 속을 들여다 볼줄 알아야 한다. 겉만 화려한 몸짓에 현혹되지 말고 그 내면을 냉철히 따져봐야 한다. 오늘의 선택이 미래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진성범·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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