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불가피하게 빚을 지는 수가 있다. 보증을 잘못 서거나 사기를 당하는 경우에 자신은 한푼도 만져보지 못하고 수억원의 빚을 진다. 평생 빚쟁이들에게 시달려야 하고, 자신은 물론 가족들의 인생까지 파탄시킨다.

2004년 3월‘개인채무회생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빚의 굴레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종전에 개인워크아웃과 파산법 등 유사한 제도가 있었으나, 요건이 까다로워서, 사실상 새출발 하기가 어려웠다.

월급이나 연금 생활자, 사업을 하거나 농 어업에 종사하는 자 등 장래 계속적으로 수입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자는 파산에 직면할 경우 5억원(저당권 등에 의하여 담보되는 채무는 10억원) 이하의 채무에 대하여 개인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할 수 있다. 개인워크아웃과 달리 금융권 채무만이 아니라 개인간의 채무에 대하여도 신청할 수 있다.

법원은‘신청 요건을 갖추지 아니하거나, 허위로 서류를 작성하거나, 개인회생절차에 의함이 채권자의 이익에 적합하지 아니한 때(개인채무회생 절차는 파산절차에 의할 때보다 채권자에게 이익일 때 허용된다)’에는 신청을 기각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개인회생절차 개시결정을 한다. 개시결정이 나면, 채무자 재산에 대하여 가압류나 강제집행이 금지되고, 채권자는 빚을 변제 받거나 변제를 요구할 수 없다.

파산선고를 받을 경우 공직에 취임할 수 없고, 각종 자격증 시험에 응시할 수 없으며, 대기업 등에의 취업이 제한되는데, 개인회생절차에 의할 경우에는 그러한 불이익도 없다.

채무자가 자신의 재산과 장래 소득을 밝히고, 8년 이내의 기간 동안 채무를 어떻게 변제할 것인지에 관한 변제계획서를 제출하면, 법원은‘변제계획이 법률의 규정에 적합하고, 변제계획이 공정하고 수행가능하며, 파산절차에 의할 경우보다 채권자에게 유리할 경우’에, 변제계획을 인가한다. 그 후 8년 이내의 기간 동안에 걸쳐 채무자가 성실히 변제계획에 따라 채무를 변제하면 법원은 나머지 채무에 대하여 면책 결정을 하고, 그리하면 채무자는 나머지 채무를 갚지 않아도 된다.

채무자가 재산을 은닉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변제계획을 수행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개인채무회생절차가 폐지되고,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였는데, 신청건수가 폭주하고, 사기성 신청이 급증하는 등 부작용이 많았다. 성실한 채무자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가 악덕 채무자들에 의하여 악용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성효·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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