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조간신문들은 일제히 한나라당 도지사후보로 김태환 전제주시장이 확정됐다고 보도했다. 큼지막한 사진과 함께 그의 인터뷰도 곁들였다. 이를 본 강상주 서귀포시장의 심경은 과연 어땠을까. 아마도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었을 것이다. 공천에 대한 미련이 누구보다 컸기 때문이다.

강 시장은 지난달 29일 한나라당 공천을 전제로 도지사 재선거에 나설 뜻을 비쳤다. 그는 “5월에 열리는 산남 최초의 도민체전과 ADB총회 등을 마무리한 뒤 공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복안까지 피력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당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공개적인 프로포즈도 오지 않았다. 언론에도 김 전제주시장의 영입설과 현경대 의원의 추대설만 오르락 거렸다. 가장 먼저 문을 두드렸던 강시장으로서는 불쾌한 노릇이었다.

그런 불편한 심기는 지난 7일 정례기자간담회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당에 대한 기여도 등을 따져봐도 김 전시장과는 게임이 되지 않는다”는 투였다. 사실 그랬다. 그는 지난 2002년 11월 비난을 무릅쓰고 한나라당에 전격 입당했다. 이회창후보가 한표가 아쉬운 긴박한 대선 때였다. 그는 한나라당이 마치 정권을 다 잡은 것처럼 “서귀포시의 21세기 재도약과 번영을 위해 입당한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끝내 패배했다. 뿐만아니라 지난 4·15총선 때는 대통령 탄핵역풍으로 도내 세후보 모두가 전멸하고 말았다. 이러 와중에 여당에서는 그에게 추파를 던졌다. 그런데도 그는 처음으로 가진 당적을 바꾸지 않았다. 이렇게 탄핵으로 당이 어려움에 처할때도 흔들림없이 당을 지켜왔는데 어째서 그는 공천을 받지 못했을까. 이게 그의 가장 큰 불만이다.

사실 김 전시장은 한나라당 도의원 그룹에서 “부정비리 연루자나 재판에 계류중인 사람을 영입해서는 안된다”며 거부한 후보이다. 반면에 도의원들이 추대하려던 현 의원은 중앙당쪽의 반대가 컸던 후보다. 지난 총선때 낙천·낙선한 사람은 이번 재보선에 나갈수 없다는 방침이 확실히 그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공천은 강시장이 유리하다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시빗거리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추진력과 고집이 강해 이따금씩 의회와 마찰을 빚기도 하지만 그래도 접시는 닦는 사람이 깨는 법이다.

그런데도 당은 왜 그를 외면했을까. 그 이유는 당선가능성이다. 당차원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해본 결과 본선 경쟁력이 김 전시장에 비해 낮게 나왔다는 것이다. 지명도도 그렇지만 지역기반도 취약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시장측의 입장은 다르다. 강시장이 공천을 받았을 때 펼쳐지는 3파전 속에서는 오히려 그가 더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산남에서 유일한 지역몰표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지난 교육감선거에서도 그런 양상이 두드러졌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어찌됐건 이번 공천에서 강시장이 배제된 데에는 그의 의지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도지사처럼 큰 일을 해보겠다는 사람이 감나무 밑에 앉아 감이 떨어질 때만을 기다려서야 되겠느냐는 것이다. 일찌감치 시장직을 걸고 적극‘액션’을 취했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지 모른다는 얘기다. 마음을 비워야 뜻을 품게되는 법이다.

<진성범·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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