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가입문제를 놓고 13년간을 미국과 끈질기게 줄다리기를 하던 중국이 드디어 세계무역의 제도권에 편입하게 되었다. 이 달 30일 미국 시애틀에서 있을 WTO총회의 인준절차를 남겨 놓긴 했지만 사실상 확정지은 것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주룽지 중국총리의 정치적 생명과도 궤를 같이 했던 일종의 도박성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었기에 큰 의미가 있겠지만, 이로 인한 한국의 무역구도에도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기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WTO에 가입하겠다고 일찍부터 신청을 한 바 있었다. 미국이 협상의 열쇠를 움켜쥐고 있으면서 중국진입을 끝까지 조종했던 것은 그만큼 중국시장이 넓어 미국의 이익에 엄청난 도움을 줄 것이라는 프리미엄 때문이었다고 봐도 틀리지 않다. 미국 국제경제연구소의 전망치가 아니더라도 빗장이 잠겨져 있던 중국시장이 개방되면 대중국 수출액이 적어도 연간 213억달러가 증가하게 될 것이고 이 중 미국이 차지하게 될 몫만 해도 31억달러가 넘을 수 있는 타산이 담겨져 있기에 군침이 도는 이 거대한 시장을 포기할 미국이 아니다. 그러나 이 점은 지금까지 미국이 중국의 WTO 가입을 그렇게 탐탁지 않게 여기던 이유가 될 수 없다. 중국은 중국대로 미국의 시장을 중국의 저렴한 상품으로 독무대를 만들기 위한 전략을 구상해 놓고 공략의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번번이 미국의 제동에 걸려 제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을 뿐이다.
이제 가능성만으로 지구촌의 주변을 돌던 중국이 국제시장으로 발을 딛게 됨으로써 우리는 한번 치열한 쟁탈전의 소용돌이를 면치 못할 것 같다. 그 동안 선진국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은 국산품과 심심찮게 충돌해 왔었다. 특히 미국은 총 수출액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수출주력시장이다. 중국은 중국대로 세계상품의 전시장인 미국을 가운데 두고 우리 상품과의 일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중국이 저렴한 임금으로 밀어 붙이는 가격경쟁에서 우리가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원자재를 수입해다가 가공해 재수출하는 산업구조가 우리와 너무 흡사하기 때문에 가격에서 밀리면 그만큼 우리 상품이 입을 타격을 각오해야 한다.
따라서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수 있는 무역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구조로 재빨리 변신하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중국도 WTO 가입으로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철벽같았던 관세장벽을 허물어야 하고 국유기업의 개혁을 포함한 서비스, 통신시장의 개방이라는 일련의 기술 자본집약형 산업구조조정이 가속화됨으로써 실업률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탈농인구의 증가로 중국농업의 장래를 비관적인 상태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우려도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바로 이러한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 위한 전략도 아울러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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