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 의하면 4·3과 관련하여 사법부의 재판을 받고 형을 언도받은 사람들은 수천명에 달하였고, 그 중에는 형기를 채우고 출소하기도 하였지만 열악한 수감 환경 때문에 옥사하거나 상당수의 사람들이 한국전쟁 당시 총살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서 그 유가족들은 그들을 희생자로 4·3사건 위원회에 신고하였던 것이고, 그 동안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 희생자 심사를 목전에 두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유죄판결을 받은 수형인들에 대해서 재심의 절차 없이 희생자가 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워 4·3 수형인을 희생자로 인정하는데 반대해 왔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와 같은 논리는 기본적으로 형사법상 재심의 개념과 4·3 특별법의 취지를 몰각한 무지의 결과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우선 위 진상보고서에 따르면 4·3 관련 수형인들은 조사과정에서 고문은 물론 각종 가혹행위 등을 겪어야 했고, 기본적인 수사절차가 완전히 무시된 채 끌려 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단순히 토벌대의 진압을 피해 목숨을 부지하려고 산 속을 헤매다니던 평범한 일반 주민들까지 모두 체포되어 군법회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더욱이 그 군법회의 재판이라는 것이 적법한 절차 없이 그냥 형무소로 이송되어 죄명과 형량을 통보받는 어이없는 경우도 있었으며, 재판정에 출석하더라도 최소한 본인의 주장조차 제대로 얘기해 보지 못하고 집단으로 형량을 선고받는 식이었다. 따라서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호받지 못한 채(형식적인 재판절차라도 거쳐보지 못한 채) 무고하게 수형자로 된 경우가 비일비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현재 그에 관련된 기소장이나 판결문 등 재판절차를 거쳤다는 자료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형사소송법상 재심은 확정된 판결이 사실오인 등 중대한 잘못이 있을 때 그 부당함을 시정하는 사후적 비상구제절차이다. 따라서 그 전제는 정상적인 재판절차를 거쳐 확정된 판결이 있어야 하는 것인데, 4·3 수형인들은 재판의 형식을 갖춘 재판조차 받아보지 못한 채 억울하게 수감 당하였던 것이므로 애시당초 확정된 판결을 받은 바가 없어 재심을 할 필요도 없이 당연히 희생자의 개념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실적으로도 당시 재판이 진행되었는지 여부에 관한 아무런 자료도 발견할 수 없다면 재심은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기에 일부에서 재심의 절차 없이 희생자로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는 그야말로 말이 되지 않는 형식논리에 불과한 주장이다.
아무리 국가긴급권의 행사라 하더라도 이는 무제한 것이 아니고 그 내재적 한계로서 일정한 한도 내에서 최소한의 기본권 침해를 전제로 하여야 한다. 부득이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에 그쳐야 할 것임에도 4·3 당시 그러한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러기에 4·3 특별법은 인권회복이라는 기본적인 명제에서 출발하여 제정되었고, 그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4·3 수형인은 당연히 희생자로 결정되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제주4·3사건 진상보고서에서 적절히 지적한 것처럼 수형인이라기 보다는 불법감금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보다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문성윤·변호사>
제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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