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사람이 이렇게 땅에 목말라하는 데 반하여 죽어서 묻힌 사람에게 할당된 땅은 줄어들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지분을 늘려가고 있다. 산 사람이 죽은 사람에게 땅을 빼앗겨서 먹고 살 곳조차 제대로 갖지 못하는 희한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묘지에 대한 절대적인 존숭 의식은 단순한 관습 차원을 넘어 법적인 구속력을 가질 정도로 막강함 힘을 발휘하고 있다.
남의 땅에 함부로 묘를 설치하고도 20년만 적당히 넘기면 토지 소유자로부터 철거 청구를 당하더라도 거뜬히 버틸 수 있는 힘이 주어진다. 이른바 분묘기지권이 그것이다. 법률에는 일언반구도 규정된 것이 없으나 오래 전부터 대법원 판례에 의하여 일관되게 인정되어 온 일종의 물권이다.
묘지 소유자가 일단 분묘기지권을 확보하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이장료 명목의 돈은 부르는 게 곧 값이 된다. 주택 사업자가 공동주택을 짓기 위해 수천 평의 토지를 매입하고도 그 지상에 설치된 몇 기의 분묘를 함부로 철거할 수 없어서 연고권자에게 한 기당 수천만원의 돈을 주고 울며 겨자먹기를 하는 예는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민법은 특정한 사유로 인하여 원래 한 사람의 소유에 속해 있던 토지와 건물이 따로따로 처분되어 소유자가 달라지는 경우 건물 소유자가 토지 소유자에 대하여 일정기간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이것이 법정지상권인데, 판례는 분묘기지권도 법률에 규정되지는 않았으나 관습법상 인정된 법정지상권의 일종이라고 인정한다.
법정지상권의 경우는 존속기간이 정해져 있고 토지 소유자는 건물 소유자에게 토지 사용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판례는 분묘기지권자는 분묘를 수호하기 위하여 필요하면 언제까지라도 토지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고 있고, 토지 사용료조차 내지 않아도 좋다고 한다.
위와 같은 과잉보호는 조상에 대한 순수한 경모의식을 조장하는 차원이라면 이해가 될 법도 하나, 유교문화가 고갱이는 빠지고 껍데기만 남았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닌 현대에 이르러서도 이것을 여전히 유효한 법리로 못박는 것은 문제가 적지 않다.
제주 오름의 아름다운 능선이 본래의 유연한 곡선을 되찾게 될 날은 언제일까.
<강봉훈·변호사>
제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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