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긴 도의장은 그럴만큼 대단한 자리이다. 권한은 그렇다치더라도 그 위상은 독보적이다. 도민의 대의기관을 대표하는 수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의장은 도지사에 준하는 예우를 받는다. 행사장에서도 도지사와 나란히 앉는다. 물론 제주시장보다는 한참 윗자리이다. 또 도지사 인사말에서는‘평소에 존경하는 도의장님’을 거명하는 게 예사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도의장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도민의 자존이 상할 정도다. 그것도 당사자들에 의해 그러니 더욱 안스럴 따름이다.
지난주 현승탁 도의장은 제7대 제주도의회 전반기 의정활동 평가에 따른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여러 성과들을 늘어놓았다. 그러면서 “김영훈 직전의장의 제주시장 당선 등은 도의회의 위상을 높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연 그럴까. 예산이나 인사권 등 제주시장의 권한은 막중하다. 그래서 실질적인 위력은 도의장과는 비교될 바가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공무원들은 도의장의 제주시장 당선을 부러워하고 높이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다름아닌 도의원들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툭하면 ‘의회경시풍조’운운하며 공무원들을 호통치던 그들이 스스로 도의회와 도의장을 폄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직 국회의장이 임기를 채우지도 않고 광역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다고 해서 ‘국회의 위상을 높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 그것도 다름아닌 국회의장이 그런 말을 한다면 정녕 국회의 위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보다 앞서 그는 도의장에 취임한 후 사석에서 “50일짜리 도의장을 하겠다는 의원들이 없어서 떠맡게됐다”고 말한 적이 있다. 비례대표 초선의원으로서의 겸손한 농담으로도 들릴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그게 농이 아니고 사실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또한 의원들 스스로가 도의장의 위상에 생채기를 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50일짜리’를 서로들 마다할만큼 도의장이 그렇게 별볼일 없는 자리인가. 도의장은 단 하루만해도 영광스런 자리이다.
지난 2002년 대선때는 당시 김영훈 도의장이 한나라당 제주도선대본부장으로 활약한 바 있다. 그러더니 올 6·5 재보선에서는 현의장 역시 한나라당제주도선대본부에서 활동했다. 이게 과연 합당한 일인가.
앞서도 말했지만 도의장은 도민을 대표하는 상징성을 띠고 있다. 한나라당만을 대표하는 도의장이 아닌 것이다. 그런 만큼 도의장은 초당적으로 도의회를 이끌어야 마땅하다.
현재 국회의장은 당적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2002년 2월 국회법 개정을 통해 당적이탈을 명문화했기 때문이다. 초당적인 차원에서 국회운영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야 여야간에 마찰이 빚어져도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중재할 수 있는 것이다.
도의장도 국회의장처럼 당적이탈을 의무화화지 않더라도 중립적이고 공정한 의정상을 구현키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게 곧 의회의 권위를 되찾는 길이다.
도의장으로 선출됐다는 것은 가문의 영광이다. 그러나 영광뒤에는 상응하는 책임이 따르게 마련이다. 도의장의 능력과 처신에 따라 도의회의 위상도 달라질 것이다. 목에 힘만 준다고 권위가 서는게 아니다.
<진성범·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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