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또 조직개편에 착수했다고 한다. 이게 또 몇년만인가. 그동안 시도때도 없이 해온터라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이다.

행정조직을 개편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추구하는데 목적이 있다. 그래서 자치단체들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앞다퉈 행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 역시 해가 바뀌고, 또 지사가 바뀔 때마다 주기적으로 그래왔다.

그러나 문제는 그에 대한 성과다. 한마디로 ‘별볼일 없었다’는 것이다. 성과가 있었다면 또다시 조직개편을 한다고 하겠는가. 그 자체가 종래의 조직개편이 미흡하다는 반증이기도한 것이다.

지금까지도 그랬듯이 조직개편에는 나름대로 명분을 지니고 있다. 이번도 마찬가지이다. 국제자유도시 건설과 지방분권 시대에 걸맞은 조직체계 구축을 내세우고 있다. 급속한 행정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문제가 있다. 올안에 제주특별자치도와 행정계층 구조개편에 대한 가닥이 잡히면 또 손을 대야 하기 때문이다.

정녕 그래도 하려면 제대로 해야한다. 지금까지의 조직개편은 획기적이고 독창적인 내용을 담지 못했다. 그렇게 단순히 명칭만 바꾸는 조직개편은 안하는 것만 못하다. 또 1년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개편은 혼란만 야기할뿐이다. 자리와 사람중심에서 기능과 일중심으로 체제를 전환해야 한다. 경쟁과 경영원리를 도입한 내실 있는 지방조직으로 탈바꿈해야할 것이다. 이를 위해 유사중복과 기능쇠퇴 분야는 과감히 통폐합해야 한다.

그러나 정작 조직개편보다 중요한 것은 공무원들의 사고를 개편하는 것이다. 아무리 조직을 새롭게 바꿔도 공무원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실효를 거두기가 어렵다. 지금과 같은 공무원들의 경직된 발상으로는 민원인들의 변화욕구를 따라갈 수가 없다. 아무리 좋은 기구와 제도가 있다하더라도 이를 운영하는 공무원들의 의식이 깨어있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다.

지금 민자유치 부진으로 국제자유도시 건설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다 이 때문이다. 조직 때문이 아니라 공무원의 업무수행에 더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안되는 것도 될 수 있도록 긍정적으로 민원을 처리하는 자세가 확립되지 않고서는 민간투자를 유인할 수가 없다.

이를테면 원스톱 서비스(One-Stop-Service)체제만 해도 그렇다. 10여년전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얘기다. 그러나 실제는 어떤가. 과연 그렇게 되고 있는지 공무원들은 냉철히 돌아봐야 한다. 민자유치에 적극 나선다고 하면서 제 발로 찾아오는 사업가를 걷어차는 일은 없는가. 도민주체개발을 주창하면서도 정작 도민투자가에 대해서는 문전박대하는 게 일쑤다. 공무원들에 있어서 ‘업자’는 결코 고객이 아니다. 그저 만만한 ‘봉’으로만 보이는 것인지 모른다.

규정만 앞세우는 공무원들의 고자세도 문제다. 창업을 도우기 보다는 제동을 거는데 더 익숙해져 있는 게 사실이다. 어떻게든‘티’를 찾아내는 직원이 유능한 것으로 착각할 정도이다. 감사를 의식한 복지부동과 무사안일 행정의 표본이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변화와 개혁을 입에 담고 있으니 우습다. 백날 조직만 뜯어고치면 뭘하겠는가. 공무원 의식개혁이 우선이다.

<진성범·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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