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하게 시인은 골대앞에 서 있었고/심판은 호각을 불었다/돔사이드/2002년 월드컵 개막식에서 독일작가 권터그라스가 낭독한 축시 한토막이다.

수비 없는 적진에서는 골을 넣기가 쉽다. 하지만 그런 경기는 싱겁고 공정치 못하다. 그래서 돔사이드란 게 생겨난 것이다. 변칙이 아니라 실력으로 승패를 가르자는 취지다.

보통 돔사이드 반칙은 쫓기는 팀에서 많이 나오는 법이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마음은 더욱 초조해지기 때문이다. 요즘 제주도 공무원들의 돔사이드는 가관이다. 지사가 바뀐 후 더욱 늘었다. 어떻게든 한골을 넣겠다는 욕심이 앞서서이다. 그렇지 않으면 선수로 기용이 되지 않아서일까. 감독은 늘 잘뛰는 선수를 좋은 포지션에 발탁하게 마련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업무성과 부풀리기이다. 교회에서 추진한 선행과 공적을 가로채는 등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미 보도된 내용들이어서 재론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도의회에 제출된 자료마저 허위라는 사실은 그냥 지나쳐서는 안된다. 행정의 공신력과 도덕성을 훼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항공사설립 업무를 수자원관리본부로 넘기는 것도 전형적인 돔사이드이다. 제주도청직장협의회의 인터넷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공무원 10명중 8명이 잘못된 조치라는 의견을 보였다. 어째서 그런 반칙을 할수 있는지 관중석도 납득치 못하고 있다. 굳이 따지자면 지나치게 한 선수를 과신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여기에는 보이지 않는 편견도 없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국내파 선수들이 죽을 고생하면서 훈련을 해왔는데 결국 시합때는 해외파 선수들에 자리를 내주는 것과 비슷한 형국이다. 그러니 국내파 선수들이 열심히 뛸 맛이 나겠는가.

한국축구의 4강 신화를 이룩한 히딩크 감독은 독특하다. 무엇보다 학연과 지연 등 연고 따위를 철저히 배척했다. 과거의 명성과 관계없이 오로지 실력하나로만 선수를 선발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기초와 기본을 중시했다. 요령과 잔꾀를 용서치 않았다.

지난주 김태환 지사는 기자간담회에서“도청에 사람은 많지만 일하는 공무원은 적다”고 말했다. 무엇을 기준으로 그런 판단을 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우선적으로 그것을 뜯어고쳐야 마땅하다. 공무원들이 돔사이드를 범하지 않으면서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 그들을 나무라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김 지사의 이같은 지적으로 공무원들은 또 돔사이드를 범할 공산이 커졌다. 돌아가는 상황이 실적주의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머리 좋은 공무원들이 그것을 모를 리가 없다. 따라서 공무원들의 돔사이드를 막으려면 지사는 골을 넣는 선수만을 편애해서는 안된다. 골인하도록 어시스트해주는 선수를 더욱 평가해야 한다. 그래야 탄탄한 팀웍 플레이가 가능하다.

따지고 보면 축구에는 화려한 공격수만 있는 게 아니다. 한국축구의 영광뒤에는 최진철과 같은 수비수와 이운재와 같은 골기퍼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몰라서 그렇지, 우리 공직 사회에도 이처럼 뒤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본다. 그런 일꾼들을 찾아내 인정감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들도 감정의 동물이다.

<진성범·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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