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의 중복감사에 대한 해묵은 논란이 또 불거지고 있다. 이번에는 제주도교육청공무원직장협의회가 불을 지폈다. 도의회에 대해 행정사무감사를 없애주도록 공식요청한 것이다.

이들이 도의회의 행정감사에 반발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무엇보다 교육위원회가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하고 있는데도 도의회가 다시 이중으로 행정감사를 하는 것은 법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도의회는 도정감사에 전념하고, 교육청에 대한 감사는 교육위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교육문제는 교육위에서 다룬다는 대원칙아래서 이들의 주장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장장 1주일에 걸쳐 도교육위의 행정사무감사를 받은 도교육청이 다시 도의회로부터 감사를 받는 것은 아무래도 행정력 낭비이다.

또 중복감사로 인한 폐해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도교육청은 감사로 날을 샐때가 많다. 2년에 한번 꼴로 감사원과 교육부 감사를 받는 실정이다. 또 국정감사와 도의회· 도교육위 행정사무감사는 해마다 실시되고 있다. 이에 따른 인력과 예산낭비는 굳이 말을 안해도 알만할 것이다.

때문에 현행 지방자치법은 사실상 도의회의 중복감사의 폐해를 막고 있다. 교육청에 대한 감사나 조사는 교육위원회가 실시하고 지방의회에는 보고로 갈음토록 하고 있다. 다만 지방의회는 본회의의 의결이 있을 경우 특정사안에 대해서만 감사나 조사할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도의회는 바로 이 단서조항을 활용해 그 바쁜 와중에도 기어이 중복감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주어진 권한은 털끝만큼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국회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정감사를 비난하던 도의회가 이런 태도를 취하는 것은 누가봐도 이율배반적이다.

도의회의 침범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조례와 예·결산 심의의결도 마찬가지이다. 도교위의 의결사항을 다시 도의회가 최종 심의의결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옥상옥이다. 이 때문에 교육청은 연중 절반을 의회에 얽매여야 하는 처지이다.

뿐만아니다. 상하관계로 볼수 없는 도의회가 도교육위의 의결 내용을 뒤집을 때는 문제가 더 커진다. 도교위의 위상과 자존심에 상처를 내 갈등을 빚기도 한다. 이때문에 “교육위는 도의회의 졸이냐”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는 것이다.

지금은 과거처럼 도의원들이 교육위원을 직접 선출하는 때도 아니다. 이런 마당에 교육위의 의결사항을 도의회에서 재심의하는 것은 부당하다. 그런 불합리한 법과 제도는 현실에 맞게 고쳐야 마땅하다. 교육자치에 관한한 도의원보다 교육위원들이 더 전문성을 띠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지금 교육계는 교육자치의 훼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교육자치를 행정자치에 예속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도지사가 교육감을 임명하는 안까지 나돌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말도 안되는 소리다. 이런 시기에 도의회가 교육청에 대한 중복감사를 고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도의회는 대승적 차원에서 교육청의 요구사항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교육현장의 요구에 귀기울여 가급적 수용하는 방향을 모색해야할 것이다. 밥그릇 싸움을 벌일 때가 아니다.
<주필·진성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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