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선거직 공직자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신문보기가 겁난다는 것이다. 비판기사 때문이 아니다. 화촉이나 부고와 같은 광고 때문이다. 그래도 표가 걸린 일이라 눈을 크게 뜨고 보지않을수 없는 노릇이다.

이제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행사참석은 일상사가 되고 있다. 경조사도 마찬가지이다. 정치지망생까지 줄지어 악수공세를 펼치는게 기본이다. 돌아볼 곳이 많은 자치단체장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일요일에는 더욱 심하다. 요즘같은 결혼시즌에는 하루 스무곳 이상을 뛰어다니는게 예사라고 한다. 크고 작은 동네체육대회와 동문친선대회등도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월요일마다 던지는 질문은 시사적이다. “어제는 몇탕이나 뛰었습니까?” 참으로 지겹고 피곤한 일이지만 그래도 그들은 싫지만은 않은 눈치들이다. 정치생명이 왔다갔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이 어느 때인가. 온나라가 경기불황으로 아우성을 치고 있는 형국이다. 제주는 더욱 먹고 살기가 힘들다. 미분양 아파트가 산더미처럼 쌓여 건설경기는 절벽에 걸려있다.

관광도 예외는 아니다. 항공요금 인상등의 여파로 내도관광객이 뚝 떨어지고 있다. 제주경제의 또다른 축을 이루고 있는 감귤산업도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때에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표밭 다지기에 나선다는게 말이나 되는가. 본분을 망각하는 처사이다. 그럴 시간이 남아있다면 지역경제를 살리는데 쏟아부어야할 것이다.

얼마전 제주시내에서 조촐한 개인적 행사가 있었다. 그 자리에는 이례적으로 도지사와 행정부지사, 제주시장과 부시장등 자치단체 1 인자들이 모두 참석했다. 일반적으로 단체장과 부단체장이 함께 참석하는 경우는 드문 일인데 이날 행사에는 동반참석해서 구설수에 올랐다.

얼마나 중요한 자리이길래 지방행정의 수뇌부들이 총출동했는지, 또 그렇게 할일들이 없는지 의문이다.

이왕 말이 나온김에 하는 말인데 대부분의 단체장들은 휴일 사적인 용무에도 자치단체의 기동력을 동원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경조사 돌아보는 것은 공무가 아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관용차량과 운전기사, 유류등을 버젓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개인의 ‘표몰이’에까지 주민의 혈세가 마구 허비돼도 되는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심지어 어떤 단체장은 근무시간에 장지까지 찾아가는 경우도 있다. 그 머나먼 곳까지 가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인력, 그리고 휘발유는 과연 누가 부담하고 있는가. 물어보나 마나다. 정말로 주제넘고 염치없는 일이 아닐수 없다. 그런 단체장들이 정작 민원인들이 찾아가면 바쁘다며 시간타령만 한다니 한심할 노릇이다.

선거직 공직자들의 이같은 빗나간 행보에는 유권자들의 책임도 없지 않다. 표를 볼모로 선거직들을 유혹하기 때문이다. 행사때마다 참석을 강요하는게 대표적 사례다.

이제는 유권자들도 성숙해야 한다. 도지사는 도단위 행사에만 참석하고, 시군행사에는 시장군수가 참석토록 해야한다. 그러다보면 읍면행사에는 자연스레 읍면장만 참석하는 것으로 교통정리가 될 터이다.

유권자들만이라도 두눈 시퍼렇게 뜨고 깨어있으면 선거직들도 함부로 처신을 못할 것이다. 일을 잘하는 것과 경조사를 잘 돌아보는 것을 혼동해서는 안된다. 후자는 제주속담처럼 ‘골채 부지런’떠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진성범·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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