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재혼한 여인이 두 번째 남편으로부터도 신체적 학대까지 받자 이혼하고 마지막 희망을 걸고 다시 결혼을 했다. 세 번째 남편에게마저 심각한 언어 폭력을 당하면서 이 여인의 자존감은 부서질대로 부서졌다.

세 번째 이혼을 할 당시 그녀의 아들은 열세 살이었다. 이 여인은 아들에게 두 가지 당부를 늘 했다. 사람을 믿지말 것과 사랑해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들은 어릴 때부터 엄마 직장에도 전화할 수 없었고 심지어 엄마에게 애정 표현을 할 수도 없었다. 엄마가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아들은 지능지수가 뛰어났지만 점차 모든 일에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보였고, 고교시절 친구들과 패싸움을 하다가 그만 퇴학을 당했다. 중퇴 후 해병대에 입대했지만 적응하지 못해 결국 불명예 제대를 했다. 그 후 유럽으로 불쑥 날아가 정체불명의 여인과 결혼을 한 그는 아내와 함께 미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아내는 돈을 안 벌어 온다며 남편을 구박하기 일쑤였다.

어느 날 밤새도록 술은 마신 남편은 새벽녘 집으로 돌아와 아내 앞에 무릎을 꿇으면서 주머니에서 78달러를 내놓으며 내가 주는 선물이니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사라면서 나도 당신을 사랑하니 당신도 나를 사랑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아내는 남편이 건네 준 돈 78달러를 홧김에 바닥에 던져 버렸고 그 순간 남편은 미친 듯 밖으로 뛰쳐 나갔다. 그리고는 비밀 창고 꼭대기에 올라가 정오가 되기를 기다렸다.

이날 정오에 미국의 한 유명 인사가 이 창고 앞 큰길을 지나간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1963년 11월22일 정오를 막 넘기는 시각, 창고 앞길을 지나고 있던 미국의 최고 권력자를 향한 총구가 불을 뿜었다. 미국 대통령 케네디가 암살을 당한 것이다.

이 죽음을 몰고 온 자가 바로 오스왈드이다. 이 이야기는 케네디의 죽음에 대한 여러 설(說) 중 하나지만 '가정의 비극이 우리 사회에 가장 커다란 비극을 초래한다'는 진리를 반증하는 사례치고는 너무나 큰 대가가 지불되고 있다.

지난 15일 제7회 세계가정의 날을 맞아 통계로 본 제주가정은 "이혼율. 청소년범죄율 전국 최고"란 물리적 점수를 받고 말았다(지난 15일자 본지 1면 보도). 5월 가정의 달도 다 지나가고 있다. 한 사회의 건강은 그 사회를 구성하는 가정의 건강 없이는 지탱될 수 없다는 만고의 진리를 붙들고 곱씹어 볼일이다.<장제근·교육체육부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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