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과 같은 핵가족 사회에서 전통적인 효행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는 현실은 공간적인 친밀감도 떨어진다.더구나 치열한 생존경쟁은 가족구성원으로서의 제구실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때로는 경제적 곤란이 어른 섬기기는데 핑계거리가 되기도 한다.올해 어버이날 대통령표창을 받은 서귀포시 거주 현임생씨의 효행은 이 모든 것을 초월한 것이어서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그녀는 남편과 사별한 후 거동이 불편한 시어머니를 극진히 간호하고 1남2녀를 꿋꿋하게 키웠다.자식을 먼저 보낸 충격에 쓰러져 버린 시어머니의 치료를 위해 못할 것이 없었다.이웃집 차를 빌린 병원출입에 대소변 받아내기 10여년은 말그대로 인고의 세월이었다.뿐만 아니라 졸지에 고아가 돼버린 조카까지 친자식처럼 키웠다고 한다.그가 가진 것이라곤 건강한 몸 하나 뿐이었다.감귤따기.감자캐기.재봉일 등 힘들고 어려운 일 마다 않고 닥치는 대로 했다.쇳덩어리가 아닌 그녀도 병을 얻어 고생했다.담석으로 참기 어려운 고통을 느껴도 눈물한번 보인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녀의 이런 시간은 몇 년만에 끝난 게 아니지만 결실은 컸다.자녀들이 모두 성장했고 단란한 가정으로 탈바꿈한 것이다.그런 그녀가 지난 일을 돌아보며 되새기는 한마디는 가슴에 와닿는다.차마 남에게 말못한 자신의 인생을 책으로 쓰라면 몇권으로도 부족하다는 말이 그것이다.그렇게 어른에 대한 효행과 가족을 보살피는 일은 힘든 일이다.그러나 그 일은 금전적으로만 해결하는 것도,무작정 곁에 있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어버이는 용돈 몇 푼을 탐하지 않는다.행하려는 마음이 곧 시작인 것이다.

예로부터 부모를 섬기는 일을 으뜸으로 쳤다.그러기 위해서는 제몸을 지키라고 했다.제몸을 지키지 못하면서 부모를 잘 섬긴다는 말을 들어 본적이 없다고 했다(孟子).내가 훌륭한 일을 하는 것은 부모의 기쁨이다.그러나 공경의 마음이 없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오늘은‘어버이 날’이다.이 날은 부모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며 한번 더 부모의 은혜를 생각하는 날이다.카네이션을 단 어른들의 모습이 당당해 보여야 할 날인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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