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힘없는 사람들을 위한 버팀목이 돼줬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성관계를 빌미로 유흥주점 여주인을 위협,4000만원을 갈취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지 137일만인 지난 7일 제주지법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아 석방된 문모씨(29)는 눈시울을 붉게 물들였다.

 문씨는 자신의 무죄가 인정돼 그나마 위안이 된다며 수사과정에서 겪은 고초를 담담하게 털어놨다.

 “여주인으로부터 돈을 뜯어낸게 아니라 새로 데려오는 아가씨에게 줄 선불금으로 받았다고 그렇게 주장했는데도 경찰에서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똑바로 얘기해’라는 말만 들을 뿐이었어요”

 이런 상황은 검찰에서도 이어졌다.그는 조사과정에서 수표로 받은 4000만원을 추적하면 아가씨들에게 선불금으로 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으니 추적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으나 끝내 무시됐다.

 결국 혐의가 그대로 인정된채 구속 기소,교도소에 수감된 그에게 한줄기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직장생활을 하던 형수가 휴가까지 얻어가며 변호인과의 공조 아래 직접 하나하나 수표 추적에 나선 끝에 4000만원이 아가씨 선불금으로 쓰인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다음 문제는 이 돈을 여주인을 위협해 뜯어낸 것이냐의 여부.검찰에서는 남편이 있는데 협박을 받지 않았다면 왜 여주인이 문씨에게 4000만원이라는 거금을 주었겠느냐는 것.

 이에대해 재판부는 여주인이 피해자와 자발적으로 만나면서 보여준 태도 등으로 미뤄 돈을 갈취한 것이 아니라는 문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4개월여만에 교도소 문을 나선 그에게 이 사회는 옛날의 사회가 아니었다.“비록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너무 주눅이 들어 사람을 만나지 못하겠다”는 그는 “젊고 패기있던 옛날모습에 반만이라도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러면서 그는 “출소했을 때 늙으신 어머니의 머리가 몇 달만에 하얗게 변하고 주름살이 는 것을 보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며 “(재판이) 모두 끝나면 제주도를 떠나고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아직 검찰의 항소 여부가 남아 문씨의 무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하지만 어린아이가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그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경찰이나 검찰은 한달평균 수백명에 이르는 피의자들을 정해진 기일 안에 송치·기소만 하면 그만일지 모르지만 피의자의 경우 평생 장래가 걸린 문제인 것이다.

 “교도소에 수감된 기간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4개월여동안이지만 앞으로 남은 40∼50년 인생중 언제면 이 후유증에서 벗어날지 모르겠다”며 문씨는 쓸쓸히 일어섰다.<고두성·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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