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민박 울리는 새 농어촌정비법
제주시의 주거·상업·공업지역에 위치한 7실 이하의 생계형 민박업체가 지난 11월5일부터 시행된 개정 농어촌정비법에 반발하고 있다.
자치단체가 2002 월드컵축구대회의 부족한 숙박시설 확보 등을 위해 도시의 주거·상업·공업지역의 민박까지 ‘민박가옥’으로 지정하는 등 영업을 인정했지만 개정 농어촌정비법 시행후에는 불법시설로 분류, 단속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자치단체 민박시책 ‘두얼굴’ =개정 이전의 농어촌정비법은 농어촌민박사업자를 ‘농어촌지역’에서 이용객 편의·소득증대를 목적으로 숙박·취사시설 등을 제공하는 영업으로 정의했다.
법 개정·시행 이전부터 제주시의 모든 지역은 농어촌지역에 포함되지 않아 민박영업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제주도는 지난 98년 2월 ‘민박시설등급제’를 특수시책으로 도입하면서 민박업이 불가능한 제주시의 민박까지 1~3등급으로 분류하는 등 영업을 허용했다.
제주시도 지원에 한몫 거들었다. 지난 99년 6월 지역내 7실이하의 민박 27곳(86실)을 ‘농어촌민박가옥’으로 지정하고, 월드컵 숙박시설 7곳에는 외국어통역폰 설치사업비 43만여원을 지급했다.
특히 시는 자체 예산으로 ‘민박 가이드북’을 제작, 전국에 홍보하는 한편 도두동에 대해서는 지난 2003년 민박마을 안내판도 설치했다.
그러나 제주시는 지난해 7월 농어촌정비법 개정을 앞두고 정부가 도시지역의 민박영업 불가방침을 밝히자 주민들도 모르게 안내판을 스스로 철거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도시지역 생계형 민박업체만 피해=개정 시행된 농어촌정비법은 사회문제화된 기업형 민박과 펜션을 정비하려는 당초의 법 개정 취지를 잃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개정법률은 농어촌민박을 농어촌주민이 거주하는 주택 연면적 450㎡(45평) 미만의 단독·다가구로 소방시설을 갖추도록 규정했다.
또 종전부터 영업중인 군단위 농촌지역의 7실이상 기업형 민박들에 대해 객실수를 줄이고 소방시설을 설치할 경우 영업을 허용하는 양성화 시책을 내놓았다.
때문에 농촌지역에 20실을 갖춘 기업형 민박은 13실을 타인에게 임대한후 나머지 7실로 영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도시의 7실이하 생계형 민박들을 불법으로 규정, 형평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박업체 융자금 상환 ‘걱정’=도두동에서 7실의 민박업을 하는 양모씨(60)는 불법으로 영업이 금지되면서 건물신축에 따른 융자금 상환 걱정에 시달리고 있다. 3억2000여만원을 금융기관에서 빌렸지만 지난달부터 영업이 불가능, 매달 지급해야할 100여만원의 이자도 납부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융자금 상환을 걱정하는 생계형 민박은 양씨뿐만이 아니다. 도두동에서만 10여곳에 이른다.
양씨는 “자치단체의 민박활성화 시책에 맞춰 친절교육을 받는 등 적극 협조했지만 이제는 불법으로 규정, 책임을 업주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도시의 생계형 주거·공업지역 민박들의 양성화 방안이 수립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제주시 관계자는 “법 개정 이전에 도시지역의 민박들을 인정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로서는 구제할 방법이 없다”며 “특별자치도 특별법안에 농어촌지역 지정권한이 제주도지사에게 이양된 만큼 법 제정이후에 양성화시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박훈석 기자·현용해 도민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