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창간 10주년을 맞이한다.강산이 변한다는,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다.그렇다고 산술적 연륜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다만 10년전 오늘이 결코 예사롭지 않았던 날이 었기에, 비장 했던 당시의 시대정신을 반추하는 하나의 '분기(分岐)'로서의 의미를 부여하고 싶을 따름이다.강산이 변한다는 분기점에서의 준열한 자기반성과 함께 시대적 당위성을 지닌 우리의 창간정신을 다시한번 확인하고,재다짐하는 공간에 다름아니다.

- 예사롭지 않았던 출발

돌이켜 보면 결코 예사롭지 않은 출발이었다.단순히 또하나의 신문 창간이 아니었다.탄생배경이 특별했다.창간과정 또한 단순치 않았다.한날한시에 강제로 집단 해고된 언론인들에 의한 인적구성이며,퇴직금을 털어 넣은 전사원 주주제,쌈지돈을 털어 넣은 도민주주제를 기반으로한 탄생이었음이 그렇다.그리고 그것은 바른 언론,참된 언론의 탄생을 바라는 도민들의 성원과 지상명령에 의한 것이었음은 물론이다.그러한 시대적 소명 앞에 우리는 감히 인간중시 정론구현을 다짐하고 출발했다.무엇보다 언론인으로서의 자기반성,자기정화의 과정을 거친 집단이었기에 당당한 출발일수 있었다.창간에 앞서 아픈 과거를 참회하고 언론민주화 운동에 온몸을 던졌던 집단이었기에 더욱 그렇다.또 하나의 신문이 아닌 다른 신문 제민일보의 창간은 이같은 동지애적 결속의 소산이기도 했다.그리고 별난 출발,다른 신문이기를 바랐기에 주위로부터의 격려와 성원이 분에 넘쳤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 다시 한번 초심으로

10년 세월이 흐른 오늘, 그 때의 당당함과 차별성은 과연 건재하고 있는 것인가.자문에 앞서 이같은 회의적인 시각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리하고 있는 것들이며,그것에 가위 눌려 왔음을 솔찍히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이순간 우리는 특별한 다른 신문이기를 바라는 안팎으로부터의 기대와 성원에 다는 못 미쳤음을 시인해야 한다.우리는 정론을 내세우고 있면서도 진실에의 충성을 다하지 못했다.보도와 논평의 기준을 민의 입장에 두고 투철한 비판의식으로 진실을 꿰뚫어 보는 진실의 추구에 치열하지 못했다.소외된 곳 소외된 민의를 대변하는 언론이기를 자처하면서도 그것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다.그렇기 때문에 처음과 같지 않은,또 하나의 신문에 불과하다는 사회일각으로부터의 준열한 비판에 가슴앓이를 해왔음이 사실이다.그러나 이같은 비판들은 여전히 특별한 신문,다른 언론이기를 바라는 독자들에 의한 애증의 발로임을 또한 알고 있다.그러기에 우리는 그것을 겸허하게 받아 들이며 다시한번 초심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다.그것은 또한 애와 증을 함께하는 독자제위의 지상명령이라고 우리는 믿고 싶다.따라서 우리는 이순간 인간중시 정론구현의 창간정신을 재다짐하며,옷깃을 여미어 그 실천의지를 밝히지 않을 수 없다.

- 제주적인 것에 충성

무엇보다 우리는 제주적인 것에 충성을 다할 것임을 거듭 천명한다.이같은 명제는 비단 제주에 근거한 지방언론이란 이유 때문만은아니다.인간중시의 정론에 충실하기 위함이다.가장 지방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란 말이 있듯이 개방화의 시대에 있어 지방은 그 중심에 있어야 하며,또한 첨병이어야 한다.그렇지 않을 때 지방의 민은 한낱 실향민과 다름없다.우리가 제주적인 것을 추구하겠다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그것이 곧 인간중시 정론을 구현하는 길이라고 믿고 싶다.

밝고 미래지향적인 가치추구에 또한 비중을 둘것이다.과거와 현실만이 아닌 내일에 대한 우리의 삶은 대단히 중요하다.따라서 과거와 현실에 크게 얽매이지 않은 미래지향적인 것에 대한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그리고 그것의 제일 실천과제로 인간과 자연의 친화력 회복에 둘것임을 천명한다.미래의 삶을 담보해줄 자연환경보전에 보다 깊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약속에 다름아니다.

다시한번 초심으로 돌아가 '또하나의 신문'이 아닌 '다른 언론'으로 거듭날 것임을 오늘 재다짐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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